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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과 위안의 축제
트로트로 하나된 경주

경주시민운동장 시민 관광객 2만 명 몰려 장관 연출
경주 출신 장보윤, 포항 스타 전유진 이어 이찬원 마무리
‘천원의 기적’ 수재의연금 모금으로 2600여만 원 기탁

  • 입력 2022.10.05 09:00
  • 수정 2022.12.21 15:57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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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 2022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 2022

“경주시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공연인 것 같습니다.”

천년 고도 경주의 밤을 깨운 힐링과 위로의 축제였다. 공연이 열린 지난달 17일, 경주시민운동장 앞은 점심 즈음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과 팬들로 장터처럼 북적였다. 연신 시계를 확인하고 만나기로 한 지인이 어디쯤 왔는지 통화를 했다. 더디 흐르는 시간에게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리는 듯 여기저기 새된 소리가 터져 나왔고, 누구 할 것 없이 밖으로 쏟아지는 흥분을 도로 삼키느라 뺨이 발그레했다. 60~70년대 난생 처음 기차를 타고 경주로 수학여행 온 중학생처럼 설레고 흥분된 표정이었다. 오후 해가 이울고 드디어 공연장 문이 열렸다. 빗방울이 흩뿌렸지만 아무도 괘념치 않았다. 2만여 관객이 응원봉을 들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풍경은 그 자체로 공연의 일부였다. 드디어 무대가 열리고 가수들이 등장하자 경주는 밤하늘은 하늘이 아니라 무대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장막이었다. 객석과 무대의 열정이 하나로 버무려졌다. 무대가 선창하면 객석이 후창을 주고받는 사이 공연은 스타와 관객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과 감동을 선사하는 마당놀이로 승화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틀이 무너지고 공연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시간이 소멸한 듯 관객과 스타 모두 축제에 몰입했다. 

애당초 공연이 열리지 못할 뻔했다. 9월초 ‘힌남노’가 경주를 할퀴고 지나갔다. 경주시 내남면과 문무대왕면에 토사가 유실되고 주택이 침수됐다. 복구에 온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음악 축제는 어불성설이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준비해온 시민 축제이고, 이런 때일수록 위로와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페스티벌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위로와 힐링’으로 정해졌다. 그렇게 경주민을 위로하는 힐링과 화합의 무대가 꾸며졌다.  

축제의 광휘와 절정의 음악이 천년 고도의 밤하늘을 수놓는 동안 숨 가쁜 걸음들이 객석 사이사이를 누볐다. ‘기적’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이들이었다. 김기춘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총동창회장을 비롯한 시민기자들이 봉사자들로 나섰다. 가슴통보다 큰 모금함을 들고 좁은 객석 사이를 누비면서 봉투에 담긴 소중한 마음들을 모았다. 한 줄 마치고 나면 숨 한번 고르고 다시 객석 사이로 뛰어드는 강행군이었다. 관람에 방해가 되었을 법도 했지만 한 사람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뜨거운 음악의 열기와 온정의 손길이 수해를 입은 이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휘발되기를 소망하는 말들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무대와 객석, 시민과 관광객들이 한마음으로, 같은 목소리로 목청껏 노래한 최고의 축제가 완성되었다. 2만 관객이 뿜어낸 열기는 천년 고도 경주의 밤을 가득채웠다. 그들이 마음에서 전한 위로의 말들은 태풍의 상처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스타과 관객이 음악과 온정으로 뜨겁게 하나가 된 축제였다. 공연장에 모인 모두가 스타였고, 모두가 아름다운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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