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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깊고 감칠 맛 의성 마늘은 ‘의성사람 자부심’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 다량 함유,
전국 최고치의 일교차, 풍부한 일조량
화산지대 토양 등 천혜의 조건이 밑받침돼

  • 입력 2022.09.14 09:00
  • 수정 2022.09.14 09:51
  • 기자명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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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동씨가 의성 마늘 최초 재배지 표지석 옆에 서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손윤동씨가 의성 마늘 최초 재배지 표지석 옆에 서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치의 원조를 ‘파차오’(중국인), ‘기무치’(일본인)라고 주장한다면 열 받지 않을 한국인이 있을까? 맛이나 영양, 역사와 전통 면에서 파차오나 기무치는 김치의 발밑에도 못 따라 온다고 한국인들은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경북 의성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의 김치 자부심과 맞먹는 먹거리가 있다. 바로 의성 마늘이다. 의성 사람들에게 왜 의성 마늘이 최고라고 주장하는지 한번 물어보자.

“혈암에 의해 생긴 토양에서 생산됐기에 약리 성분이 풍부하다”, “매운맛, 쓴맛, 신 맛, 짠맛, 단맛 등 다섯 가지 맛이 고루 함유돼 타 지방 것보다 맛이 뛰어나다”, “의성 마늘로 양념 다지기를 만들면 즙액이 많아 적은 양으로도 양념효과가 좋다. 특히 김치를 담가 오래두어도 잘 시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의성 마늘의 장점을 쉴 새 없이 자랑할 것이다.

사실 의성인들의 마늘 자랑은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이는 객관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마늘은 크게 한지형(寒地形)과 난지형(暖地 形)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한지형 마늘은 선선하고 서늘한 지방에서, 난지형은 따뜻한 곳에 잘 자라는 마늘이다. 의성 마늘은 한지형의 재래 종자를 심어서 수확한 마늘이다. 물론 의성 일부 지역에서도 난지형 마늘은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칭하는 의성 마늘은 의성에서 재배한 한지형을 말한다. 의성 마늘은 10월에 파종을 해, 이듬해 6월 중ㆍ하순경에 수확하고 건조 과정을 거쳐 7월이 지나야 시장에 나온다. 의성 마늘의 품질이 뛰어나다 보니 가끔은 타지에서 생산된 것을 의성 마늘이라고 속이고 파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이 같은 사례를 가장 최근에 접한 이는 의성의 양봉업자 손모씨. 그는 양봉 시즌이 되면 경북 현풍을 시작으로 북쪽으로는 휴전선 인근 철원까지 이동하며 꿀을 채집한다. 어느 날 강원도 철원을 들렀을 때 “의성 마늘이 왔어요”라는 확성기 소리를 들었다. 고향 마늘이 이곳까지 왔구나, 하고 기뻐했으나 그것도 잠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5월 말로, 의성에는 마늘 수확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의성 마늘이라고?”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마늘 판매 트럭을 세워 확인해 봤다. 손씨는 양봉이 현재 주업이지만, 가족과 친지들이 먹을 소량의 의성 마늘을 재배하고 있어, 마늘에 관한 지식만큼은 전문가 수준이다. 그런 그의 눈에 비춰진 마늘은 한눈에 알 수 있는 난지형 마늘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이보슈 이거 정말 의성 마늘 맞소? 이게 의성 마늘이라면 이 트럭에 있는 것 내가 다 사리다”며 고함을 질러버렸다. 손 씨는 지금도 그때 마늘 판매상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판매상은 당황해 하며 틀고 있던 확성기를 끄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손 씨는 “얼마나 빨리 도망을 치던지 우리나라 1.5톤 포터 트럭이 그렇게 빠른지 그때 처음 알았다”고 웃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마늘의 80.5%는 난지형 마늘이다. 의성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한지형 마늘은 19.5%에 불과하다. 의성에서 재배되는 소위 ‘의성 마늘’은 우리나라 마늘 총 생산량의 단 5.9%에 불과하다.

의성 마늘이 유명세를 치루는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늘은 생태형 작물이다. 종자가 아무리 우수해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좋은 작물이 될 수 없다.

의성에는 화산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4개의 화산 지형이 있다. 백두산, 한라산, 울릉도 성인봉,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의성의 금성산이다. 금성산은 한반도 최초의 화산이며, 국내 내륙의 유일한 사화산(死火山)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7,000만년전, 백악기에 화산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다.

이렇듯 의성 지역 토양은 화산재로 이루어져 있어, 각종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의성 지역이 마늘 재배에 최적지인 이유는 이 같은 토양 때문만은 아니다. 의성의 큰 일교차는 마늘의 생육에 영양분을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풍부한 일조 시간과 성장 시기인 3~6월 형성되는 적당한 기온(18℃~20℃) 등이 모두 맞아 떨어져 마늘 재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의성 마늘의 알리신 성분 함량은 중국산 수입 마늘에 비해 7배, 국내 난지형 마늘보다 2배가량 많다. 즙액이 많고 살균력이 강해 의성 마늘로 김치를 담근 적이 있는 주부들이 의성 마늘을 다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씨는 어린 시절 마을에서 장난기 넘치는 개구쟁이로 유명했다. 얼마나 장난을 치고 말썽을 피웠던지 그의 어머니는 “너는 마늘을 많이 먹어야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도 너는 마늘을 특히 더 많이 먹어야 된다.”고 혀를 차며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단군신화에 ‘곰이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음’을 빗대어 하신 말씀이었다는 것이다.

의성 농업기술센터 류춘봉(53) 계장은 “지역의 자랑인 의성 마늘을 보다 많은 분들이 드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지만, 전국 생산량의 5.9% 밖에 차지하지 않아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며 “마늘 조직 재배와 우량종자 보급으로 마늘 생산량 증산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농업인의 고령화 및 농촌 일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늘 농업 분야에 최적화된 농기계 개발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몇몇 농기계 업체와 머리를 맞대 마늘 파종, 수확에 최적화된 기계 생산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류춘봉 계장은 2020년 의성 춘산면으로 와, 마늘 재배를 시작한 귀농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재배 중이던 마늘이 원인과 증상, 대책을 알 수 없는 병충해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상담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 응해로 밝혀졌고 증상에 알맞은 약을 추천해 드린 뒤 이듬해 다른 종자를 사용해보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올해는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 전화를 해와 뿌듯했다고 말했다.

류 계장은 “매년 10월이면 의성에서는 슈퍼푸드마늘축제가 펼쳐진다며, 이 축제에 참석해 의성군이 보증하는 의성 마늘은 물론 마늘 가공식품과 여러 가지 볼거리를 체험해 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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