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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에게 배우는 ‘맛있고 건강하게 책 읽는 법’

  • 입력 2022.09.05 09:00
  • 수정 2022.09.07 10:17
  • 기자명 엄순영, 구본학, 최은규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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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고 했다. 뛰어난 요리사는 훌륭한 의사 못잖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식습관도 있지만 사람마다 필요한 음식이 따로 있기도 하다. 잘 먹어야 건강하고, 건강해야 잘 살 수 있다. 그 시작을 음식으로 본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서도 음식을 먹는 일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폭식은 금물이듯이 독서 역시 많이 읽고 쌓기만 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음식을 잘 먹는 법이 있듯이 책을 잘 읽는 방법도 있다. 올바른 식사법에 비추어 명사들의 독서법을 살펴봤다. 

 

헤르만 헤세 – 골고루 풍성한 식단

헤르만 헤세는 누구보다 다양한 독서를 실천했다. 그의 책장에는 분야별·문화권별·작가별·시대별로 수천 권의 책이 가득했다. 젊은 작가들과 사상가들의 책, 전쟁 시절의 인쇄물, 옛 독일 문학 작품, 인도·중국·일본의 동양 고전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올바른 식습관을 위해서는 고기와 야채를 함께 섭취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이와 같은 식습관처럼 독서에서도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의 외형에 이끌려 택하지 말고, 자신에게 특별히 와 닿는 작품을 따라서 텍스트를 꼼꼼히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표지나 종이만 보고 선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외형적인 통일성 때문에 전집을 일괄 구입하기보다는 해당 작품의 가장 좋은 판본을 찾아서 구매하라고 당부한다. 골고루 풍성하게, 또 양질의 식재료를 구하는 식습관을 연상시킨다.

 

빌 게이츠 – 패스트푸드보다는 여유로운 정식

“저처럼 책을 읽는다면, 한 번에 한 시간은 앉아서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읽었던 책은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읽을 수 없어요.” 

빌 게이츠의 말이다. 그의 독서법을 식습관에 비유하자면 질도 중요하지만 양이 어느 정도 풍부해야 한다. 한 마디로 ‘스테이크 한 점보다 삼겹살 한 판’이다. 그는 매일 밤 한 시간 정도 책 읽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며, 자투리 시간마다 짧은 독서를 하기보다는 최소 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독서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읽음으로써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한다. “저에게 흥미로운 건 과학 공상 소설을 읽는 거였어요. 또 다른 자서전을 통해서 리더들이 무엇을 했고,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공상과학소설과 자서전들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장르를 가리지 않고 깊이 있게 읽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약용 –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켜야

다산 정약용은 누구보다도 ‘가장 건강하게 먹는 습관’을 추구한다. 첫 번째로, 책 한 장을 읽더라도 깊이 생각하며, 글을 꼼꼼하게 읽는 것을 중요시했다. 음식을 꼭꼭 씹어먹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는 것과 같다. 그는 “수천 권의 책을 읽어도 그 뜻을 정확히 모르면 읽지 않은 것과 같으니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메모하며 읽는 것’을 강조한다. 책을 읽을 때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그냥 넘기지 말고, 바로 메모하는 것이다. 이는 끊임없는 질문과 기록을 통해 자신의 주견을 확립하는 데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이를 베껴 쓰는 ‘초서‘를 추천한다. 무작정 책의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읽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 베껴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 가지를 모두 실천하는 것이 다산 정약용이 강조하는 건강한 독서법이다. 

 

오프라 윈프리 – 마음을 위로하는 음식 ‘힐링 푸드’

“책을 통해 나는 인생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 나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독서는 내게 희망을 줬다. 책은 내게 열린 문과 같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독서를 통해 어머니의 음식이 주는 위안을 얻었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로부터 매질을 당하고 산 그녀에게 책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어린시절 그녀는 책을 통해 고독과 고통을 이겨냈다. 읽을거리만 있다면 뭐든지 소리 내어 읽던 습관, 특히 누구 앞에서든 시를 낭송하던 습관은 그녀를 방송계로 이끌었다. 그녀는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배웠다. 책 속에서 자신과 같은 불행한 환경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녀가 갈고닦은 자기 치유의 경험과 과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윈프리 토크쇼’로 승화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번득이는 재치와 수준 있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한다. 다른 사람을 힐링시키는 묘한 재주를 가진 MC로 성장한 것이다. 

그녀는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은 오늘날에도 ”내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한,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오프라의 북클럽 2.0’을 통해 온라인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워렌버핏 – 끼니를 거르지 않는 규칙적인 식사

 “나는 매일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충동적인 선택을 내리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비결이다.” 

투자의 제1원칙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제2원칙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워런 버핏의 투자 명언이다. 워런 버핏은 투자계의 전설이자 신이다. 92세인 현재에도 그의 말과 행동, 투자법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 그가 투자의 전설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워런 버핏은 꾸준한 독서를 통한 생각하는 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아침을 챙기며 하루에 3끼를 꼭 먹는다. 독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늘 규칙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격렬한 결심으로 3일은 열심히 살 수 있지만, 몇 달 몇 년, 혹은 수십년을 지속하는 습관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책 읽기를 통한 학습은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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