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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가수는 시장님 음정·박자도 ‘탈권위’

  • 입력 2022.09.02 09:00
  • 수정 2022.09.06 18:16
  • 기자명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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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최고령 기초자치단체장인 신현국(70) 문경시장이 초청가수로 변신해 색다른 풍경을 자아 냈다. 지난달 20일 경북 문경시 문경읍 하초리 문경새재에서 열린 2022 오감만족 문경새재맨발페스티벌에서다. 이날 맨발 트레킹을 시작으로 끝까지 현장에 남은 신 시장은 오후에 열린 초청가수 공연 사이 무대에 올라 가요를 두 곡이나 열창했다.

놀라운 것은 신 시장의 실력이 수준급이었다는 사실이다. 신 시장은 무대에 올라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아 가수 최석준의 ‘꽃을 든 남자’를 부르기 시작, 첫 부분부터 박자가 어긋났고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표정에서는 “역시나”와 “정말?”이라는 감정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것은 신 시장의 전략이자 실력이었다. 라이브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엇박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를 지나 문경새재 일대에 울려 퍼졌다. 신 시장은 가사 중 “영원히 날고 싶어라”라는 부분에서는 초반부터 쥐어짜더니 후반에는 걸쭉한 바이브레이션까지 가미해 가수 뺨치는 내공을 드러냈다. 이어 “꽃을 든 남자”라는 후렴구를 부를 때 참가자들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 신 시장은 한술 더 떴다. 신 시장이 뽑은 두 번째 곡은 김종환의 ‘사랑하는 날까지’. 신 시장은 “이 노래의 가사는 너무 좋습니다”라며 운을 띄웠고 이어 잔잔한 반주가 나오자 신 시장은 다시 열창모드로 진입했다. 단체장이, 그것도 일흔의 나이에서 뿜어낸 애절한 목소리는 행사장을 감동의 바다로 몰아넣었고 이로써 신 시장은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 번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사회자 한기웅 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단체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시장은 민선 8기를 시작하면서 과감한 혁신과 권위주의 타파를 내세웠다. 직원들에게도 출퇴근 시간과 위계질서보다 선택과 집중을 주문,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거나 핵심 담당자를 특정해 한국체육대 이전 등 주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가에서는 “시장이 바뀌고 확실히 시청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는 후문이 줄을 잇고 있다. 

신 시장이 이토록 과감히 나선 이유는 명백하다. 지난 2011년을 마지막으로 문경시장직을 내려놓고 10년 넘게 야인으로 지내면서도 문경시를 이끌어야겠다는 열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상대후보에게 불과 0.4% 차이로 신승했다. 신 시장은 지금도 “시민들이 고민을 거듭하면서 지지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일 제대로 하라는 시민들의 소중한 마음을 잘 살피겠다”라고 말한다.

맨발로 ‘청춘을 돌려다오’ 열창한 ‘장구의 신’ 박서진

이날 메인 가수로 등장한 ‘장구의 신’ 박서진은 맨발로 무대를 누비며 자신의 히트곡과 트롯 명곡을 열창했다. ‘얄미운 사랑’으로 무대를 시작한 박서진은 ‘꽃이 핍니다’에 이어 ‘대지의 항구’‘18세 순이’‘청춘을 돌려다오’를 연속으로 부른 뒤 장구 퍼포먼스와 함께 ‘호랑나비’를 선보였다. 마지막 곡은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으로 장식했다. 물러나는 여름이 다시 돌아온 듯 뜨거운 무대였다. 

“맨발 걷고 손잡고 걸으니 오늘 하루는 우리 모두 친구데이!”

이날 MC를 맡은 한기웅 씨는 “오는 길에 비도 오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왔는데 너무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어서 행복했다”면서 “참가하신 분들 모두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이 문경새개 고갯길만큼이나 시원하게 뻥 뚫리는 하루였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씨는 “방송 촬영차 이 골짜기 저 골짜기 많아 다니는데, 제일 오랫동안 걸어다니는 어르신들은 의사나 돈 많이 버는 사업가를 자식으로 둔 분들이 아니라 친구가 많은 분들이더라”면서 “축제에 모인 사람 모두 친구라는 생각으로 흙길을 걸으면 이보다 더 좋은 건강 축제가 없다”고 말했다. 

가수 박서진의 공연이 지난달 20일 문경새재 야외무대에서 한 창인 가운데 객석이 참가자들로 빼곡하다.
가수 박서진의 공연이 지난달 20일 문경새재 야외무대에서 한창인 가운데 객석이 참가자들로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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