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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신대륙 발견한 스페인, 몰락의 씨앗도 함께 뿌렸다

  • 입력 2022.08.29 09:00
  • 수정 2022.08.30 14:2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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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최근 어느 기관에서 아프리카의 18~24세 청년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충격적이다. 52%의 높은 비율이 경제적인 어려움, 그리고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년의 절반 이상이 조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큰 요인은 안전이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사는 18세 청년은 대낮에 납치될뻔했는데 버스 운전기사 덕분에 면했던 경험이 있다고 외신에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그의 통금시간은 한국인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30분이다.

스페인, 500년 전 눈앞에서 놓쳐버린 인재

이 사태와 관련해 심지어 ‘인재유출협약’을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인재가 빠져 나가는 바람에 아프리카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니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인재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토록 인재유출을 막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요성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한 사례가 있다. 1492년 스페인에서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고 그 신대륙에서 금과 은을 실어오는 역사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유럽에 존재하던 모든 금과 은을 합해도 신대륙에서 스페인으로 실어온 양 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바로 그 해에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 최후의 이슬람 왕조를 몰아내 유럽에서의 이슬람 통치를 종식했다. 돈과 영토를 모두 얻었으니 번성할 일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80여 년 뒤인 1577년, 스페인은 몰락했다. 그 원인은 바로 ‘인재유출’이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스페인 군대가 유럽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바로 그 해, 가톨릭이 아닌 유대인과 이슬람인들을 모두 추방하라는 알함브라 칙령이 내려졌다. 전쟁으로 부실해진 국고를 채우고 공신들에게 줄 재물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 결국, 19만 명의 유대인이 거의 모든 재산을 스페인에 빼앗긴 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문제는 이들이 스페인의 상공업과 금융업을 주름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수많은 인재가 유출된 스페인은 여러 호재 속에서도 서서히 경제가 붕괴하기에 이르렀다. 스페인이 놓친 유대인들의 활약은 네덜란드에서 이어졌다. 네덜란드는 훌륭한 인재가 유입된 덕분에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네덜란드 호황기’라고 하는 황금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

한국의 인재유출, 현시점은?

한국에서도 청년들이 대거 탈출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60년대에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다녀온 분의 말씀에 의하면, 당시 파독 간호사 중 3분의 2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민했다고 한다. 그들 중 대부분이 고학력 청년들이었기에 훌륭한 인재들이 유출된 셈이다. 

한국 내에서는 지방의 인재가 서울로 유출된다는 문제도 있다. 그 요인에는 일자리, 교육, 문화 인프라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경북에서 고령 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곳에서 개인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다 군의원에 당선된 ‘청년’이 있다. 서대식 군위 군의회 의원이다. 서 의원이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공약이 조금 뜻밖이었다. 고령화 지역인만큼 노인들을 위한 공약이 가장 주목받은 듯싶지만, 그는 키즈 카페를 열겠다는 공약으로 젊은 엄마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아무리 고령화 지역이라도 젊은 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인이 주 연령층이라고 그들만을 위한 정책, 혹은 고령화 지역다운 정책에만 머물면 결국 남아있던 인재가 떠나가게 된다.

인재유출은 더는 500여 년 전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훌륭한 인재를 붙잡아두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역 성장을 위해서는 이들이 고향에 남도록 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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