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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 부모님 자주 못 뵙는 것 빼곤 다 좋아요”

2013년 한국 방문, 2년 동안 조카 돌보며 한국 경험
결혼 후 다시 찾은 한국, 아이둘 키우며 식당 경영
“아이가 19살이 될 때까지 한국에 있고 싶어요”

  • 입력 2022.08.05 09:00
  • 수정 2022.08.05 11:31
  • 기자명 김광원 기자, 조명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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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맛집 타슈켄트
성주 맛집 타슈켄트

두나(29)씨는 2013년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으로 떠났던 언니에게서 급작스런 비보가 들려온 뒤였다. 어머니가 “네가 한국에 가서 언니를 도와야 해!”하고 말했고, 두나씨는 며칠 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갓 태어난 둘째 조카를 돌봤다. 언니는 동생 앞에서 한번도 울지 않았지만, 모두가 잠든 시간에 혼자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형부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4살난 아들과 갓 태어난 딸을 남겨둔 채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식을 할 때 환하게 웃던 형부의 모습은 이제 사진 속에 박제되어 있었다. 

“우리 우즈벡 여자들은 강해요. 절대로 포기하거나 약해지지 않아요.”

언니는 두 아이와 함께 굳세게 버텼다. 다행히 한국은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그렇게 2년 동안 조카를 돌보다가 다시 우즈벡으로 돌아갔다.

“힘든 일 때문에 한국에 와서 살았지만, 한국이 너무 좋았어요. 언제고 다시 오고 싶었죠.” 

우즈벡 음식 맛집으로 유명세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얻은 후 남편(디마ㆍ33)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2020년 1월이었다. 남편은 대구보건대학교 치위생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 즈음 언니가 경북 성주에 식당을 열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점이었다. 진짜 우즈벡 음식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한국인은 물론이고 우즈벡,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단골이 됐다. 

“너 식당해볼래?”

어느 날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1년 만에 맛집으로 자리 잡은터라 단골손님이 넘쳤다. 언니는 더 큰 계획이 있었다. 성주보다 우즈벡 사람들이 더 많은 대구로 나가 식당을 다시 열었다. 성주에서보다 더 큰 규모다. 두 자매 모두 식당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부모님과 생이별

7월에 기쁜 일이 있었다. 그리운 어머니가 한국으로 왔다. 2013년 두나를 한국으로 ‘파견’했던 분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2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부부 모두 “한국 생활이 너무 좋은데, 부모님 얼굴을 못 보는 게 제일 힘들다”고 입을 모아 고백했다.

“엄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 한국에 오시면 3년 만에 보는 거잖아요.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두나와 디마 부부는 “아이가 19살이 될 때까지 한국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가 19살이 되면 대학을 갈 나이가 되면 우즈벡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디마씨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유럽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내서 대학 공부를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이 잘되기도 하지만, 굳이 식당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는 일할 곳이 너무 많아서 좋아요. 여름과 겨울이 골고루 배분된 날씨도 고향과 비슷하고요. 부모님도 딸들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 오시면 너무 좋아하세요. 언니 옆에서 한국에서 계속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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