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일론 머스크가 경고한 한국의 출산율, 언제쯤 회복될까?

  • 입력 2022.07.29 09:00
  • 수정 2022.07.29 15:50
  • 기자명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Caricature_ 강은주)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Caricature_ 강은주)

 

일론 머스크가 한국과 관련해 암울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한국의 인구 붕괴를 경고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머스크의 입을 통해 들으니까 더 충격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1997년에 일어났던 금융위기 즈음부터 심화되었다. (1991년~1997년생의 인구수는 1984년~1990년생보다도 많았다.)

 

한국 “왜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가!”

저출산의 원인은 경제 트라우마였다. 시민 혹은 국민의 입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일자리가 사라지고, 가정이 파괴되는데 아무도 이를 막아주지 않았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살률이 전년도 대비 2.5배 상승했다. 어느 노조에서 ‘해고는 살인이다’하는 구호를 붙인 적이 있다. 갑작스럽게 해고가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적응기를 가질 수가 없다.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로 인해 가정이 흔들리고, 이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단기간에 IMF를 졸업했다는 발표를 했지만, 심리적인 상처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전쟁 상황 이상의 트라우마가 그때 생기지 않았을까.  IMF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그 시기에 굴곡을 겪지 않은 기업이나 가정이 없다.

사내유보금이 한동안 정치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된 적이 있었다. 학자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업소득이 크게 증가했는데, 동시에 내부 보유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했고, 정치권에서는 “왜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하지 않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기업은 두려움이 많았다. 이런 심리의 바탕에는 정치가 경제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좀 멀리 보면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 모두 나름대로 정치적 리스크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언론사를 인수했고, 정 회장은 1992년에 대권에 도전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IMF를 계기로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대우를 비롯해서 청구 우방 등 지방 대기업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IMF는 정복군 같았다. IMF가 한국을 비롯한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구조조정과 경제정책 변환을 유도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당시 IMF 총재였던 캉드쉬도 자신이 이식한 정책이 잘못된 방법이었음을 실토했다. 그 사이 경제계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김우중 회장이 제시한 IMF 탈출 해법은 정치계로부터 외면당했고, 결국 기업 해체라는 비운을 맞았다. 베네수엘라처럼 IMF의 해법을 아예 무시하는 국가도 있었다. 물론 끝이 안 좋아졌지만, 어느 정도 저항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일본 “기업들은 수전노야!”

이웃나라 일본을 보자면, 일본도 우리와 궤적이 비슷하다. 2015년에 아소 다로 당시 일본 부총리가 경제단체 초청 신년회에서 기업들을 “수전노”라고 비난했다. 돈만 쌓아놓고 투자를 안 한다는 이야기였다. 지난해 스즈키 준이치 재무상도 “기업의 내부유보가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도 IMF에 못잖은 경제적 파국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에 버블 붕괴가 있었다. 어느 기사는 이렇게 분석한다. ‘일본 기업이 수전노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보금을 늘리는 것은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워낙 뿌리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 시민들마저도 투자 트라우마가 있어서 저축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경제는 심리다. 저출산과 가장 밀접한 단어는 경제다. 안정적인 경제가 출산의 기본 바탕이다. 

 

한국 저출산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출산 국면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저출산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최근에 한국에 국한해서 보자면,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발맞춰서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90년대와 비교해 기업의 규모가 더 커지고 체질도 세계화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대규모 투자는 분명 긍정적인 사안이다. - IMF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약속이 아닐까. 

대학생들에게 ‘직업 선호도에서 공무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들은 “선배들과 비교해 우리 세대는 개성과 자율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는 대답을 줬다. IMF 이후 공무원은 최고의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안정성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분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드디어 IMF에서 졸업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맥베스’에 이런 대사가 있다. “실패한다고요? 용기의 활을 잔뜩 당기면 실패할 리 없어요.”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불확실하다. 그러나 용기의 활을 당길 힘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이 가라앉고 있고, 조만간 저출산의 기조도 반등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