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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를 ‘동해의 보석’ 섬으로 바꾸고 키우겠습니다”

4선 군의원에 맞서 무소속으로 70% 득표 승리
조직력 인맥 모든 부분이 열세, 진심으로 승부
“신공항 시대, 보석 같은 섬 되도록 최선 다할 것”

  • 입력 2022.07.01 09:00
  • 수정 2022.07.11 15:40
  • 기자명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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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권 울릉군수
남한권 울릉군수

“적장의 마음까지 얻은 진정한 덕장(德將).”

6·1 지방선거에서 경북 울릉군수에 당선된 남한권(62) 군수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다. 보수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득표율 69.71%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 준 그의 리더십과 정신력은 말 그대로 ‘장군’답기 그지없었다. 단기 필마로 난공불락의 성을 점령한 무용담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무소속 출마는 절대로 안 됩니다!”

첫 번째 전략은 지피지기였다.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승부를 예측한 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의 힘에서 현직 군수를 포함해 3명이 경선을 통해 공천을 결하기로 함에 따라 3파전이 예고됐다. 남 군수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김병수 전 군수는 현직으로서의 이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성환 의원은 군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4선 의원이었다. 일반 여론조사를 몰라도 당원 투표에서는 절대 불리했다. 경기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될 상황이었다. 

“절대 안 됩니다! 무소속은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고심 끝에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경선이 힘든 줄은 알지만 무소속 출마로는 승리가 아예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전통적인 보수 지역에서는 온당한 판단일 수밖에 없었다. 남 군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완주는 해야 할 것이었다. 당락을 떠나서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는 진심을 보여줄 기회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지지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무릎쓰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현직 군수를 1표 차로 따돌린 4선 군의원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현직 군수가 4선 정성환 의원에게 패배한 것이었다. 그것도 1표 차였다. 김병수 전 군수가 초선이었기에 그가 패배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 전 군수는 경선 결과에 불복해 중앙당과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강적은 피했지만, 운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정 후보는 현직 군수를 1표 차로 따돌렸을 만큼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과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주민들에 대한 친밀도는 오히려 현직 군수보다 더 높을 수도 있었다. 16년 동안 군민들과 함께 호흡했고 “안 되는 게 없는 의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시원하면서도 살가운 성격도 군민들에게 강력하게 어필이 되는 장점이었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라 꾸준히 활동해온 ‘토박이’라는 점 역시 강점이었다. 반면 남 군수는 고등학교까지 울릉도에서 나왔지만 이후 뭍으로 나가 오랫동안 군에 몸을 담았다. 3사관학교 출신으로 울릉도 출신 첫 장군을 다는 등 입지전적인 길을 걸어왔으나 지역 선거는 어디까지나 주민들과의 친밀도와 조직력에 좌우되기 마련,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주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두렵고 떨린다”

‘선거 전문가’. 정 의원의 별칭이었다. 현직 군수를 꺾은 만큼 선거 운동에서도 상승세를 탔다. 공천을 받은 직후 군수 선거 결과가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내용을 떠나서 선거 공학적으로 “승리 가능성이 파고 넘친다”는 것이 중론이 된 만큼 정 의원 쪽으로 분위기가 확 기울었다. 

분위기에서 기울자 드러내놓고 남 군수를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유행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쭈뼛거리는 모양새였다. 남 군수의 선거사무소 직원도 단 3명이었다. 믿을 건 군인정신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다녔다. 주민들을 만나고 또 만났고, 울릉도를 향한 진심, 오랫동안 품어온 비전과 포부를 알리고 또 알렸다.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후 꾸준히 해오던 일이었다. 울릉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동안 마음에 품었던 포부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두 번 패배는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남한권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울릉의 미래가 사라진다’는 진심이 그를 걷고 또 걷게 했다. 선거 기간 동안 그를 지켜본 지지자들은 “선거 막판에는 한쪽 다리를 끌다시피 하면서 걸어 다니며 선거 유세를 했다”면서 “말을 들어보기 전에, 눈으로만 봐도 모든 게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그의 아내였다. 신장 이식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만큼 건강이 좋지 않아 남편의 선거운동을 크게 돕지는 못 했지만 아내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지칠 때마다 끌어주고 흔들릴 때면 중심을 잡아주었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신력 하나로 흐트러짐 없이 완주하게 해준 ‘영혼의 러닝 메이트’였다.  남 군수 당선인은 “사람들이 나에게 장군이라고 하지만, 나의 장군은 내 안 사람”이라면서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등도 무소속 후보의 도약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민심은 결국 남 군수를 선택했다. 한 유권자는 “남 후보가 낙선하면 울릉도를 떠나겠다는 심정이었다”면서 “이제 울릉도의 미래가 환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남 군수는 “모든 부분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고, 그 갈급한 마음에 저의 진심이 단비처럼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두렵고 떨린다. 신공항 시대에 발 맞춰 동해의 유일한 보석 같은 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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