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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여행자를 위한 당부의 말씀

  • 입력 2022.05.02 09:00
  • 수정 2022.05.03 15:38
  • 기자명 이진숙 전 ‘클럽 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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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전 ‘클럽 리’ 대표
이진숙 전 ‘클럽 리’ 대표

 

코로나 19 때문에 삶이 달라졌다. 내 삶은 쪼그라들고 가라앉았다. 외출과 만남이 줄고, 의욕과 흥미도 따라서 주저앉았다. 하려던 일은 마냥 미루게 되고, 하고 싶었던 일은 흐릿해지고 희미해졌다. 지금의 내 삶이 노인의 삶과 닮아서 놀란다. 마치 다가 올 나의 노년 같아서 두렵다. 

 세상은 달라지고 좋아졌다는데, 과연 노인의 세상도 그럴까? 우리는 열심히 노력 하고 열심히 사는 것은 교육받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 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인생은 그런 식으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배 운 대로 살아온 노인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느린 속도로 천 천히 걷는 법은 모르는 것 같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밖에 나갈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찾아 오는 사람이라고는 가족들뿐이다. 지루함과 외로움과 싸우는 일이 제일 큰 문제다. 오 래 살다보니,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가 최후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나는 내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친구들을 지켜봤다. 자신의 노년을 생각하면 우울하단다. 돌봐야 할 부모님들을 바 라보면 걱정스럽고 불안하단다. 자신의 팔팔하던 시절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궁리도 안 하고 그저 주춤대고 있다. 노인들을 지켜봤다. 하루가 지겹고 무료하단다. 챙겨주는 딸이 있고, 아들과 며느리가 매주 꼬박꼬박 찾아오는 복 많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내 부모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국에 가서도 노인들을 지켜봤다. 노인이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활동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늙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그 냥 예전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듯하다. 할아버지가 혼자서도 장을 보고, 할머니가 느 린 걸음걸이로도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한다. 가까운 친구들과 집에서 차를 마시고 바비큐를 한다. 젊은 이웃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걷기모임도 갖는다. 다양한 친 구들과 함께 아트 클래스에서 그림을 배우고,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한다. 상점 에서도 일하고, 정원 가꾸는 일도 하고, 여러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도 일한다. 노년의 하루에는 좋아하는 일, 관심 있는 일, 그리고 남을 돕는 데 의미를 두는 사회적 활 동이 골고루 담겨있다.  

 그들의 오래된 삶의 방식에서 도움의 실마리를 얻는다. 지금부터 진지하게 앞으로 의 ‘삶의 방식’을 모색해본다.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도 중요하고, 하고 싶은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단순히 시간을 보낼 ‘소일거리’가 아니라, 헛 헛해질 인생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를 쓸모 있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재미와 의미가 적절히 배합된 삶을 위해 지금의 삶을 ‘리셋’해야 한다.

 “무엇을 함으로써 얻는 것이 있다는 것보다 하지 않음으로서 잃는 것이다”라고 했 던가? 여태 살아오면서 못 다한 무언가가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던 소망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던 것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더 이상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첫발을 떼어보자. 지금 해보고 싶다고 생 각한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자. 

 영국친구 스텔라가 이메일로 안부를 전해왔다.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칠십이 넘 은 부부가 여행용 자동차를 샀단다. “It is something we have wanted for many years and this seemed an ideal time to get one.” 오랫동안 원했던 것인데, 지금 이야말로 그걸 사기에 이상적인 때라면서. 아직 외국에는 가지 못했지만, 스코틀랜드 에는 다녀왔다면서. 코로나 19로 겨울인데도 창문을 열어놓은 채, ‘늘 하던 대로’ 기 부를 위해 크리스마스카드를 판매했다고, 남편 하워드는 ‘여전히’ 지적장애인들을 돕 고 있다고.     

 로돌프 퇴퍼는 ‘지그자그 여행’에서 “여행을 할 때는 배낭 이외에 활기, 쾌활함, 용 기, 그리고 즐거운 마음을 충분히 비축해 가지고 떠나는 것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들 은 인생이 여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지금이야말로 오랫동안 원했던 것을 하기에 딱 좋은 때라는 그의 말 역시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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