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 된 의학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보로 지정되어있는 소 중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이 전통의학 서적인 것 은 알지만, 그 안에 깃든 사상과 정신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 들은 드물다.

동의보감은 조선시대의 의관인 허준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610년 광 해군시기에 완성한 의서이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이후 오랜 전란 와중에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1596년 선조의 명을 받아 동의보감 편찬에 나선 허준은 다른 의관들과 동의보감의 큰 목차를 짜기 시작했지만, 정유재란이 일어 나는 바람에 프로젝트팀이 해체가 되어버렸다. 동의보감 완성 자체가 무산될 큰 위기 였지만 선조는 허준에게 도서관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는 특권을 주면서 혼자서라 도 그 작업을 이어가라고 권했다. 

하지만 선조의 이런 특명을 받아 바쁘게 일을 하던 중, 선조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왕이 죽고 난 후 당쟁이 벌어졌는데 그만 허준이 대신들의 탄핵으로 이러한 당쟁의 희 생양이 되고 만다. 허준은 유배를 떠나게 됐다.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유배가 허 준에게 오히려 전화위복 최고의 사건으로 작용했다. 

왕자 시절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허준을 향한 광해군의 특별한 배려로 한양도성 밖 으로만 내쳐지는 가벼운 유배형벌을 받아 지금의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서 동의보 감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학백과사전으로 무려 25권 25책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동의보감 이지만 선조의 ‘분류를 명쾌하게 하라’는 특명 아래 책 속에는 간단한 집필 기준이 존 재한다. 바로 ‘분류, 양생, 용법’이다. 동의보감의 핵심은 ‘양생’ 즉 섭생이다. 섭생은 병 에 걸리기 전 미리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뜻하는데 이 섭생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기본 원칙을 포함한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건강하게 먹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넘쳐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과 만성병은 대개 여기에서 비롯 된 바가 크다. 

어떤 몸이 건강한 몸일까? 동의보감 속에는 특이하게 ‘신형장부도’가 등장하는데 배꼽으로 호흡을 하고 등으로 기가 흐르는 몸을 표현하고 있다. 바로 순환이 잘 되는 몸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럼 생명의 기본토대는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동의보감은 정(精), 기(氣), 신(神)을 제시하고 있다. 정(精)은 여성의 생리혈, 남 성의 정액, 피와 땀, 신장에서 나오는 기운, 호르몬 등 몸속의 액체이자 생명의 원천 이다. 기(氣)는 정을 몸 전체에 돌리는 엔진 같은 역할을 하는 폐에서 나오는 기운인 호흡과 순환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신(神)은 심장에서 나오는 기운으로 정신 활동 의 주체를 뜻한다.

우리는 건강하기 위해서 정(精), 기(氣), 신(神)의 순환을 생명의 기본으로 생각하 고 이것들이 잘 돌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이런 핵심적인 가르침이 있다.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잘 통하 면 아프지 않고 잘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우리 현대인들은 식도락과 다이어트, 미용 등에는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돈을 지불하지만 정작 우리 몸이 진정으로 잘 통하고 있 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적다.

동의보감의 원뜻인 ‘우리 국민에게 보배로운 가르침’으로 지금 허준이 묻고 있다. “당신의 몸은 잘 통하고 있습니까? 또한 그렇게 되도록 생활습관을 가져가고 있습니까?”

자신의 정(精), 기(氣), 신(神)은 어떻게 순환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막힌 곳 없 이 잘 통하는 몸으로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 명의 허준이 ‘동의보감’에 담 은 진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