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민복기 박사의 미스코리아 이야기

  • 입력 2022.04.08 09:00
  • 수정 2022.04.08 18:29
  • 기자명 민복기 박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복기 박사
민복기 박사

세수는커녕 셔츠만 갈아입고 “씻었다”고 한 이유
 

예로부터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에는 화장만큼이나 목 욕도 중시 여겨졌다. 이러한 목욕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 을까? 어떤 여성들은 화장을 하는 것만큼 씻고 클렌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현대에는 씻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가 없다. 우리는 매일 씻는 것이 청결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 씻을 수 있게 된 기원에는 깨끗한 물을 원할 때 바로 사용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이러한 목욕과 미용의 역사를 알아보고자 한다.

 ‘청결’이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날마다 빠짐없이 샤워한다는 것을 뜻한다. 17세 기의 프랑스 귀족에게는 아마포 셔츠를 꼬박꼬박 갈아입고 손만 살짝 씻는 것을 의미 했고 1세기의 로마인에게는 다양한 온도의 물에서 하루 2시간 넘게 몸을 담그고 찜질 을 하고 쇠로 만든 긁개로 땀과 기름을 닦아낸 뒤 다시 온몸에 기름을 바르는 것을 가 리켰다. ‘청결’이란 눈이나 코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며 지저분함과 결벽 사이 의 어느 지점에서 정의되는 것이 아닐까?

각 시대의 사람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행해지는 청결에 대한 갖가지 행동들이 문명 의 지표이며 ‘자기들의’ 방식만이 깨끗함의 왕도라고 여겼을 것이다. 위생관념은 언제 나 이민족을 구분 짓고 자신들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잣대이기 마련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덥고 습한 섬나라 기후 특성상 자주 씻을 수밖에 없었고 더러운 몸 을 씻으러 간다는 개념보다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러 간다’라는 의식이 강했다. 하 지만 19세기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주변국들을 침략하면서 자주 씻지 않는 중국인들 을 경멸하고 자신들의 청결함에 대한 우월감을 가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리스인들이 잔잔한 물에 더러운 몸을 담근다는 이유로 이를 불결하게 여겼다. 19세기 말의 미국인은 유럽인의 불결함에 할 말을 잃었고, 나치는 유대인이 더럽다는 관념을 조장해 잔악한 학살을 저질렀다. 중세 이후 유럽 여행자들 은 재미 삼아 가장 불결한 나라를 뽑기도 했는데, 승리의 월계관은 주로 프랑스나 에스파냐로 돌아갔다고 한다. 

어떤 18세기 유럽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에는 아래 다음과 같은 해설 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 그림에 나온 귀족들은 농민만큼 불결했다.”

당시의 귀족들은 의사들로부터 몸을 구석구석 씻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하는 데 이는 인체의 분비물이 보호막을 형성하며 차단된 모공이 몸의 감염을 예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씻기를 두려워한 유럽인들은 원정에서 돌아온 십자군들에 의해 터 키식 목욕탕 이야기를 퍼졌고 이후 몇 세기 동안 중세 유럽에는 따뜻한 물과 공중목 욕탕이 유행하였다. 하지만 매독의 공포로 인해 목욕탕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목욕탕 문을 닫게 만든 것은 14세기의 치명적 전염병인 페스트 였다. 역병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세 말부터 시작된 물에 대한 공포는 점점 더 널 리 퍼져만 갔다. 그 이후 ‘목욕 없는 400년’의 시기가 도래한다. 유럽인은 적어도 18 세기 중반까지 가장 천한 농부에서 가장 귀한 왕에 이르기까지 물을 멀리하고 대신 에 아마포에 놀라운 정화의 속성이 있다고 믿으며 셔츠를 갈아입는 행위를 통해 ‘씻 었다’라고 표현했다.

때로는 너무 깨끗해서 눈총을 받기도 했는데 몸 구석구석을 문질러 닦아대는 이슬 람교도는 몇 세기 동안 유럽인들에게는 충격이었고 당연히 이슬람교도는 유럽인들 이 지독하게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거의 모든 종교에서 물과 정화는 은총, 용서, 부활 등을 상징한다. 세계 곳곳의 종교 신자들은 기도 전에는 이슬람교도처럼 몸을 씻든 가톨릭교도처럼 은유적으로 성당 입구의 성수반에 손가락을 담그든 어쨌든 씻는다. 대부분 현대인은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자주 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 들은 냄새가 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두가 악취를 풍기면 냄새가 나지 않는 법이 다. 사람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존재였을 것이다. 오늘 날 청결의 정의는 당연하고 보편적이며 영구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 다. 자신이나 이민족의 신체나 냄새에 대한 느낌은 대부분 집단 구성원들의 억측 때 문에 좌우된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