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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위기가 곧 대한민국의 위기

  • 입력 2022.04.07 18:31
  • 기자명 김진열 군위축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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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군위축협조합장
김진열 군위축협조합장

중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만리장성이다. 만리장성은 오랑캐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쌓았다고 하지만 그 반대 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가의 재산이 되는 노동력, 즉 백성들이 중국 밖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으려고 쌓았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후자의 해석이 옳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은 겹겹이 만리장성이다. 중국 바깥에서는 쌩쌩하게 돌아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중국에만 들어 가면 먹통이다. 눈과 귀를 막는 이 인터넷 만리장성의 이름은 묘하게도 ‘만리방화벽’이다. 바깥과 소통이 힘들다 보니 만리장성 안에서는 보편적인 사고나 기준보다는 중국만의 분위기와 논리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동북공정 도 그렇거니와 이번 올림픽에서 드러났듯이 스포츠에서도 만리장성 안에서의 기준을 강요한다. 요컨대, 만리장 성 안쪽은 세계와 동떨어진 한미한 지방으로 전락했다.

누구에게든 배울 게 있다는 중국 현자들의 가르침을 적용하자면, 이런 현상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아무리 거 대한 지역도 보편적 원칙과 세계성을 거부하면 결국 지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규모는 작 아도 세계화 소통하고 발전한 곳도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금융과 문화의 허브 역할을 했거나 지금도 하 고 있는 지역이다. 그 도시나 지역이 그토록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세계인의 눈높 이에 맞춘 보편적 사고를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지방화’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의 소멸 위기를 분석하는 코드로 활용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에는 만리장성 안쪽의 세상처럼 한결같은 배타성이 존재한다. 우물 안 인식이다. 민주주의는 지방 분권과 자치를 지향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균형 발전을 부르짖고 있지만 서울은 “이 작은 나라에 무슨 수도 권과 지방이냐”는 속내를 품고 있고, 지방은 지방대로 ‘영역 지키기’에 급급하다.

얼마 전 모 지자체의 정착 프로그램을 믿고 지방으로 내려온 청년을 만났다. 그는 1년 만에 다시 수도권으로 떠 나기로 했다고 했다. “약속한 만큼 지원을 해주지 않더라”면서 “땅을 살 돈을 번 뒤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 다. 청년과 출산율 저하로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찾아오는 젊은이들을 박대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사무쳤 다. 반면 원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단, 조건이 있다. 자식들을 모두 대도시에 보내고 본인들의 수 익도 대한민국 평균을 웃도는 경우다. 그런 사람은 사실 알부자다. 도시에서는 집값을 비롯해 물가가 천정부지 지만 시골은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 까닭이다. 시골에서의 연봉은 뺄 것 없이 순수익이다. 본인의 풍족한 삶에 자식들의 미래가 보장되었으니 부족할 게 없는 것이다.

닫혀 있는 지방은 세계로부터 외면받는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거듭된 파행에 아예 경기를 포기하고 본국으 로 돌아가 버린 미국 혼성계주팀이 그런 예다. 그들과 함께 채널을 돌린 이들이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올림픽 을 계기로 다시 한번 중국 문화와 사회,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의구심을 더하는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이 늘었을 까. 외면받은 ‘지역’은 결국 쇠락할 수밖에 없다. ‘지방’이 쇠락하면 ‘서울 지방’과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결국 내리 막길에 접어들 것이다. 지방의 소멸위기와 서울 지방의 저출산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지방의 활로는 좁디좁다. 서울과 지방 모두 “이대로도 괜찮다”는 배타적인 사고가 팽배한 까닭이다. 다행히 이 배타성에 반기를 든 이들이 존재한다.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들은 분명히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다수의 침묵에 묻혀버리기 일쑤지만, 쌀에 돌이 많아도 돌보다는 쌀이 많은 법이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방의 진심과 보다 큰 공동체(대한민국)의 발전을 향한 열정은 때로 큰 성과로 이어 진다. 예를 들자면 군위와 가까운 김천시가 그렇다. 김천시는 전국 최초로 네거티브 입주 규제를 도입해 ‘쿠팡’을 비롯해 다수의 기업을 유치, 3,400여개 일자리를 창출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지난해 6월에 ‘국내 복귀 기업 지 원안’을 제시해 전국 최초로 국내 복귀 기업인 아주스틸을 유치했다. 

김천시가 군위군과 근본적으로 달라서 그런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의지와 열정의 차이다. 국가적으로 ‘균 형발전’의 취지에 공감하고 저출산을 비롯해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지역에서 몸 부림치면 반드시 호응이 있다. ‘일자리’ 하면 수도권이지만 초저출산 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삶이 팍팍하다. 반면 일자리만 있다면 지역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너무도 많다. 관점을 바꾸고 마음을 열면 지역과 대한민국, 다음 세대가 살아날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

인구 위기, 청년 위기 지역인 군위군이 깊이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그냥 손 놓고 있기에는 지역이 처한 위기가 너무 크고, 다음 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 무겁다. 산업화 세대가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를 일으켰듯이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가 ‘아이 놓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 세대와 현재라는 시간에 안주하기에 는 다음 세대와 지방이 처한 상황이 너무도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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