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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매청 부지 39층 아파트… '자갈마당' 어떻게 되나

  • 입력 2014.11.28 00:00
  • 수정 2015.06.30 11:39
  • 기자명 김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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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집창촌 폐쇄 주목… GS건설, 오피스텔 등 1245가구

"입주민 압력으로 폐쇄될 것" vs "초고층아파트 숲 속 '미아리텍사스'도 명맥"

 
 

대구 중구 태평로 3가 옛 전매청부지에 39층 초고층 아파트가 생기면서 인근 도원동의 집창촌인 ‘자갈마당’의 귀추가 주목된다. 오피스텔을 포함, 총 1,245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의 위세에 눌려 자진폐업의 길을 걷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다른 지역 예를 볼 때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당국의 의지가 없으면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KT&G와 GS건설은 12월 초 옛 전매청 부지에 아파트 1,005가구와 오피스텔 240실 등 총 1,245가구로 구성된 대구역센트럴자이를 짓는다. 12월 초 북구 침산동 홈플러스 맞은편에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고 내달 중 분양할 예정이다. 내년 봄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에서 300m, 대구역에서 700m 남짓밖에 되지 않는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시행사 측은 아파트 앞을 자갈마당 반대쪽으로 향하도록 하고, 자갈마당에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 동을 지어 주변 환경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역센트럴자이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쇠락 중인 자갈마당의 명맥을 끊을 수 있을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옛 전매청 부지는 서쪽 끝에서 도원동 자갈마당골목까지는 직선거리로 12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부지 서쪽 일부 블록에 조성할 근린공원은 완충작용을 하게 되고, 아파트단지와 실제 거리는 230m로 멀어진다. 그렇더라도 인근 도시철도 역사나 시내버스정거장에서 걸어갈 경우 자갈마당 앞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 어떤 형태로든 자갈마당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큰 변수는 입주민들의 반발. 주 출입구는 자갈마당과 무관한 곳에 내겠지만, 도시철도3호선 달성공원역에서 아파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자갈마당 앞길이다. 왕복 2차선 가량의 이 도로는 24시간 미성년자 출입 금지구역이다. 입주 후 거의 매일같이 지나다녀야 하는 도로 옆에 쇼윈도식 집창촌을 그대로 두고 있을 주민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담장에서 250여m거리의 수창초등학교의 존재도 변수다. 한 학년에 20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들었지만 센트럴자이가 입주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진폐쇄하지 않으면 입구에 경찰이 상주하거나 강력한 서치라이트 조명을 설치해 성매수자들의 발길을 끊음으로써 고사시키는 시나리오도 있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선거과정에서 자갈마당 폐쇄를 공약했고, 지난 9월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대구지역 25개 여성·시민단체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를 발족해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자갈마당은 대구역에서부터 수창동, 도원동 일대의 도심 재생을 막는 암적 존재로, 예술발전소와 예술문화거리 조성을 추진중인 북성로 일대를 개발하려면 재개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구 중구청은 대구역부터 달성공원까지 1,632m 구간에 70억 원을 들여 현대적 감각의 ‘순종황제 어가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인근의 경상감영 달성길과 근대골목길, 패션한방길, 봉산문화길, 남산100년 향수길 등과 연계한 관광문화 중심지로 정비할 방침이다. 항일역사가 깃든 수창초교의 담장과 벽면을 스크린 삼아 영상예술을 연출하는 파사드 등 거리갤러리 조성도 추진 중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향후 도시정비와 예술거리, 공원 조성 등으로 인해 자갈마당이 자연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구시가 자갈마당 전체를 매입, 예술 문화의 거리 조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전 등지의 집창촌 상당수가 카페촌이나 문화예술거리로 변신하는 점도 폐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가 재개발추진 10년이 되도록 아직도 명맥을 유지한다는 점에 비춰 자갈마당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미아리텍사스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손님이 줄고, 2008년 주변에 초고층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섰지만 500여 업소가 100개 정도로 급감했을 뿐 아직도 영업 중이다. 대부분 업주나 성매매여성들이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렵고 많은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규모 주거시설이 들어올 경우 대부분 유해시설은 자연 퇴출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대구 도심에 자리한 자갈마당도 머지않아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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