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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정신, 그 전통

  • 입력 2015.05.22 00:00
  • 수정 2015.06.10 10:46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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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55층, 200m 높이의 수영장이 있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시공하였다.

31년 동안 싱가포르를 통치한 리콴유 총리가 지난 3월 23일 91세의 일기로 타계하였지만 그의 생애와 업적에서 곧 국가 지도자의 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20여 년전 싱가포르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그는 총리직을 떠나 있었지만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지도자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훌륭한 지도자로 인하여 세계 일류 국가 만들기에 일찍 성공하였고 당시 우리나라 행정가·기업인들은 싱가포르 벤치마킹에 러시를 이루고 있었다.싱가포르를 방문해 보면 깨끗한 도시와 호텔, 컨벤션, 쇼핑 건물들이 세계 최고급 수준이라는 첫 인상과 함께 유독 엄격한 법질서를 기억하게 한다. 길거리에서 껌은 물론담배를 피울 수 없고, 도시 전체는 CCTV(당시에는 첨단시설)로 감시되고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교통위반을 하면 고액의 벌금 고지서가 발부되고, 범죄자는 중형과태형(笞刑)으로 다스리는 등, 민주 선진국가의 위상이라기보다는 독재국가 정책들이었다. 지금의 선진화된 경제, 도시, 교통, 교육, 안전 등의 국가질서는 총리의 강력한 통치 결과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인구 500만 명이 안 되는 해양 도시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하였다. 리콴유는 31년(1959-1990) 간의 장기 집권 동안 강력한 리더십으로 1인당 국민 소득을 100배로 높였다. 싱가포르는 지금 아시아 금융·국제무역 중심의 경제부국이다.싱가포르에는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 최대 크기의 컨벤션센터 등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건물들이 여럿 있었다. 매년 BEST 건축상과 함께 WORST 건축도 선정하며 까다로운 건축심사 등, 좋은 건축만이 살아남게 하는 도시정책으로 세계 최고 도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57층 스카이 수영장이 있는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을 우리나라 건설사가 시공하였다.리콴유 총리는 타계할 때까지 낡은 집에서 75년을 검소하게 살았다. 평생 청렴과 부정부패 척결을 실천한 그는 자신의 집을 성역으로 만들지 않게 철거하고 시신을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그가 때어나고 자란 환경은 동방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중국대륙 하카인(Hakka) 출신이다. 중국을 개혁한 등소평, 중국의 국부 손문, 타이완 이등휘 총통도 하카인 후예들이다. 중국의 복건성 산악지대의 몇 백 년 전에 흙으로 지은 토루(土樓) 주거건축에는 아직도 수백 명씩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육아, 교육 등 상부상조 동고동락전통과 관습을 통해서 특유의 정신 ‘Hakka Spirit’이 형성되고 훌륭한 지도자와 세계적 거상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Hakka Spirit는 가족 간의 화합, 조상과 전통을 중시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 이념보다는 실리에 중점을 두며 부정부패를 척결 근검과 청렴을 실천하다, 상호 신뢰를 최고의 덕목으로 자기 정체성을 지키되 타인도 적극 포용한다. 그들은 전 세계에흩어져 살아도 자신들의 강한 정체성을 잊지 않고 고유의 방언 언어를 지키며 단결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과거 우리에게는 경주 최부자댁처럼 가문의 덕목과전통, 유교적 정신이 있었다. 이 시대 우리사회에는 뿌리 깊은 전통과 샘이 깊은 정신은 사라지고 정치성, 지역성, 이념적 갈등만이 남아있고 청문회에서조차 변변한 총리, 장관, 관료 한 사람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나와 우리의 가족, 나와 우리의 주변에서부터 올바른 가치관을 일깨우고 덕목을 실천한다면 존경하는 스승, 훌륭한 지도자를 만날 때가 훨씬 가까울 것이다.
최상대 / 한터건축대표
전 대구건축가협회회장
전 대구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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