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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어른들 쓰레기로 어린이공원 몸살 ‘이대론 안 되겠다’ 가족이 ‘놀로깅’ 시작

지구 환경 위기 시계는 21시 42분 ‘매우 불안’ 상태 새해에도 아이들과 더 열심히 꾸준히 계속할 것

  • 입력 2022.01.06 00:00
  • 수정 2022.01.11 17:55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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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 놀로깅 올해도 계속” 문예림 씨 가족


 환경 재앙을 자초한 것도 인간이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 환경·생태 의식을 스스로 진 화해 온 것도 인간이다. 2016년 스웨덴 중부 오레에 살던 환경운동가 에리크 알스트룀 (Erik Ahlström)이 스톡홀름으로 이사했는데 수도의 거리와 공원에 버려져 있는 쓰레 기를 보고 충격을 받아 시작한 게 ‘플로깅’이다. 유럽으로 세계로 돌아 몇 년 전 국내에 도 들어왔다. 플로깅(ploggin)은 조깅,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운동이다. 쉽게 할 수 있다고 다 쉬운 일은 아니다. 쓰레기 봉투 하나만 있으 면 쉽게 할 수 있지만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문예림 씨 가족은 지난해 신천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이제 아이들과 신천을 산 책할 수 있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가까운 어린이공원 몇 군데를 둘러 보기로 했다. 막상 찾은 어린이공원은 뜻밖이었다. 곳곳이 쓰레기였다. ‘이게 뭐야.’ 아이들이 볼까 창피했다. 그냥 두고볼 수가 없었다.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플로깅 을 시작했다. 
 플로깅이란 말은 SNS에서 알게 됐다. 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니 생각도 방식도 괜찮다 싶어서 남편에게도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하 게 될 줄은…. 그녀는 어릴 때 아버지와 산책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산책로 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꼭 “그 참 아름다운 광경이네”라고 탄식했다. 지금도 그녀 는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아버지 표’ 반어법이 떠오른다. 그 말들이 그녀에게 자 연스레 환경 의식으로 박힌 것 같다.


- 플로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행복OO’ 소식지를 받았어요. 새 단장한 어린이공원 3곳 을 소개해 놨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겠다 싶어 놀이터 투어를 시작했죠. 두 번째 방문한 어린이공원에서 좀 놀랐습니다. 새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훼손된 놀이기구도 방치되어 있었어요. 모래 놀이터에 는 버려진 페트병, 일회용기들이 쌓여 있었고 주변 여기저기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어 요.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산책하던 한 어르신은 화가 났는지 구 석으로 쓰레기를 걷어차더라구요. 차에 있던 비닐팩을 가져와 남편과 함께 쓰레기를 주워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말로만 알았던 플로깅, 그 중에도 놀이터를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놀이터 플로깅 = 놀로깅’을 시작한 거죠.”


-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에게 한 마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배웠다며 북극곰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그 노 래로 대신할게요. ‘북극곰아 북극곰아/ 너의 보들한 하얀 털이 난 좋아/ 북극곰아 북 극곰아/ 너의 동그란 까만 눈이 난 좋아/ 공룡책을 보다 보면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 미래에 아이들이 이 사진 보면/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못 견딜 거야/ (…) / 차가운 얼음 위에 네가 네가 살수 있게/ 뜨거운 여름에도 내가 내가 참아볼게/ 차 가운 얼음 위에 네가 네가 살수 있게/ 뜨거운 여름에도 에어컨은 잠시 꺼둘게/ 북극 곰아 북극곰아/ 너의 보들한 하얀 털이 난 좋아/ 북극곰아 북극곰아/ 너의 동그란 까 만 눈이 난 좋아/ 너의 동그란 까만 눈이 난 좋아 <‘좋아하는밴드’ 노래 ‘북극곰아’>”


- 첫 놀로깅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세요.
 “처음 놀로깅을 시작한 곳은 대O어린이공원입니다. 남편과 저는 아이들과 함께 주 변 어린이공원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데 주말 오후 아이들과 찾은 공원에는 먹다 버린 떡볶이, 과자 봉지, 막대 사탕, 반려 견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잡동사니들이 걸음마다 발에 채이는 거예요. 산책로 곳곳 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이 먹다가 버렸을 법한 것들이어서 더욱 안 타까웠습니다. 전혀 뜻밖의 현장을 본 거죠.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청소년 들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이렇게도 인식하지 못하고 생각 없이 자연을 훼손하고 있 다는 게 실망스러웠습니다. 잘 가르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웠죠. 그래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단지 아이들과 어린이공원을 순례하는 것에서 한발 나가자. 쓰레기를 치우고 가자.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 작게 나마 환경 보호 의식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 이후의 놀로깅 이야기도….
 “집 주변 어린이공원만 그런가 싶어서 다음 놀로깅은 집에서 좀 멀리 가보기로 하 고 산격동 OO공원으로 갔습니다. 여기에는 주변 산책로와 인도에 쓰레기들이 버려 져 있더군요. 쓰레기들은 대부분 전자제품 포장재들과 담뱃갑, 담배꽁초, 약병 등이었 습니다. 집 주변에도 먼 곳에도 어린이공원이나 주변에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마찬가 지였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간섭을 덜 받는 어린이공원에 와서 놀고 가는 것일 까요. 그동안 많이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공원의 위치에 따라 쓰레기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이들보다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상심이 커지더군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 었어요. 아이들과 놀로깅 더 열심히 하자고 약속했습니다.” 


- 남다른 환경 가정 교육법이 있는 듯한데…. 
 “저는 환경 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양육할 때 기본적인 예의와 사회 질서에 대해 민감하게 가르칠 뿐입니다. 아 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강조했고요. 할머니 댁이나 친구 집에 갔을 때 항상 쓰레기통의 위치를 알려주며 스스로 할 수 있 도록 가르쳤어요. 거창한 양육법이 아니라 청소와 정리 같은 집안일을 가족 구성원 모 두가 함께하는 가족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답니다.(웃음)”


- 새해 놀로깅 계획은?
 “대구지역 어린이공원을 검색해 다음 놀로깅 목적지를 지도에 표시해두고 있습니 다. 검색을 하다 보니 주변에 이렇게 어린이놀이터가 많은지 놀랐습니다. 블로그에 어린이공원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놀로깅 포스팅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저 희 가족을 따라 조용히 함께 쓰레기를 주워 담던 아기 어머니도 계셨고 저희에게 고 맙다며 인사 건네시던 주민분들도 계십니다. 지구 환경 위기 시계 지금 시각은 21시 42분 ‘매우 불안 상태’. 더 많은 분들과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계를 붙들어 두 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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