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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냐, 사이냐

  • 입력 2021.12.04 00:00
  • 수정 2021.12.14 11:4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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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두 가지 뜻이 있다. ‘가운데’, ‘사이’. 중국은 ‘가운데’라는 뜻을 주로 쓴다. 가운데를 지키려는 중국의 고투는 눈물겨웠다. 긴 역사를 통틀어 ‘한족’이 중앙을 정 확하게 차지한 기간이 생각만큼 길지 않다. 심지어 ‘한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정 말 한족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족보가 복잡한 경우도 많다.
 ‘한족’이 가진 생각 중의 하나는 늘 오랑캐에 시달렸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중화민 족’이란 타이틀로 오랑캐를 품으려는 모양새지만,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오랑캐를 물 리치고 문명을 지키려는 노력이 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족과 중원의 관계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 혹은 주인과 객처럼 인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지적이 많다. 지금 중국이 ‘중국 역사’라고 부르는 과거 중에는 한족이 아닌 오랑캐, 혹은 비주류, 객(客)이 빚어낸 시대가 너무도 길다.
 탁발과 선비계의 왕조였던 수와 당은 물론이고, (지금도 오랑캐로 남아 있는) 몽골 과 청나라 역시 순수 혈통이 아니었다.
 한족의 문화가 오랑캐의 문화를 한족화한 것, 혹은 중심 문화가 주변 문화를 블랙홀 처럼 빨아 당기고 동화시킨 것이 아니라 다양한 뿌리와 문화, 생활 형태를 가진 집단 들이 중원을 들락날락하면서 대륙사를 써내려갔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 는 만큼의 순수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 인종이든, 문화든.

 중국은 ‘대륙’ 하면 떠오르면 웅장한 기상과 어울리지 않는 역사도 많다. 거대한 대 륙의 중심부에 앉아서 끝없이 위협에 시달린 탓인지 ‘순수 한족’은 겁이 많다. 성을 쌓 고 그 안에 칩거하길 좋아한다. 성 안과 밖의 구분이 너무도 엄격하다.
 이런 두려움 때문인지 지금도 중국은 늘 성을 쌓는다. 해외에 나가서도 특정 지역에 높은 장벽을 쌓아 ‘중국 땅’으로 만들다시피 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도 ‘중국의 영향 권’에 남기를 원해서 중국인이 경영하는 상점과 식당만 방문한다.)


중국은 가운데가 아니라 사이다. 
 지금은 가운데인 것처럼 보인다. 경제적으로 과거의 영화(당 혹은 청)에 근접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향력은 어림도 없어 보인다. 중국 주변에서 중국을 형님처럼 따르 면 오랑캐들이 사라졌다. 강력한 민족 혹은 국가 의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거나 이용 하려 들뿐이다.  
참고> 양하이잉, 우상규 옮김, <반중국 역사>, 살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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