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성세대가 전하는 진심 “수험생 모두 승자의 삶을 살기를”

  • 입력 2021.12.04 00:00
  • 수정 2021.12.14 11:37
  • 기자명 김진열 군위축협조합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월10일 수능 결과가 발표된다. 가채점을 했겠지만 직접 점수를 받아 보면 마음에 전해지는 충격이 또 다를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고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 라”는 류의 조언도 마음에 닿을 리 만무하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마라톤은 한번 시작하면 정해진 길을 따라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뛰어가야 한다. 초반의 실수가 결승점에 이를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생은 오히려 여러 종목을 체험하고 경험한 후 나에게 가장 맞는 종목에서 승부 를 내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삶에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기회들이 다가오고 수능에 버금가는 승부처가 숱하게 존재한다. 한번 종목이 잘 안 풀렸다고 해서 모 든 것이 무너졌다는 생각, 혹은 한 가지가 잘 되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 리라는 자만은 착각에 불과하다.


 얼마 전 어느 역사 애호가로부터 ‘낙제생들의 활약’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이 야기를 들었다. 마음에 썩 차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첫째로 소개할 사람은 늦깎이 수험생이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고 머리도 영 민했으나 그는 40살이 넘도록 도통 과거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다. 영의정까지 지냈던 그의 아버지는 죽기 직전 풍 채만 번드르르할 뿐 도무지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지 않는 막내아들을 쳐다보 며 이렇게 말했다. 


“널 내가 낳았구나.”


 아버지의 유언에 충격을 받은 아들은 금강산으로 들어가 공부에 매진해 드디 어 관직에 나아갔다. 사위보다 2년 늦게 과거에 합격했고 46세에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째 인물은 하향지원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결혼 후 처가에 살면서 과 거를 준비했으나 결국 문과를 접고 무과로 전향했다. 마음이 쓰렸을 것이다.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 하나는 일찌감치 문과에 합격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 다. 무과는 확실히 문과보다 경쟁률이 낮았다. 그는 이 무과에서마저도 늦깎이였 고,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세 번째 인물은 합격증을 받고도 벼슬에 나아가지 못했다. 채점관들의 점수는 전체 차석, 그러나 임금이 그의 답안지를 보고는 거슬린다면서 합격을 취소해버렸 다. 이듬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만다. 두 번의 큰 좌절 앞에서 그는 모든 의욕 을 거두고 낚시나 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개한 인물은 차례대로 권율, 이순신, 곽재우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질곡 앞에서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들이다. 시험장 안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시험장 밖 현실에서는 가장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권율과 이순신은 임 진왜란 중 조선군이 거둔 세 개의 대첩 중 두 개의 대첩을 진두지휘해 누구보다 유 능한 인재임을 실전에서 증명했고, 곽재우는 제일 먼저 의병을 일으켜 그 누구보 다 뛰어난 선비의 자질을 드러냈다.
 얼마 전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역으로 유명해진 오영수 배우가 방송 에 나와 한 말이 크게 회자가 되었다. 그는 소위 1등주의를 경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기성세대가 전하고 싶은 말이 저 안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청춘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 이 너무도 많이 남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어떤 경지에 이르려 애쓰며 ‘승자의 삶’ 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후배들, 화이팅!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