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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게르가 둥근 이유를 아세요?”

  • 입력 2021.12.03 00:00
  • 수정 2021.12.14 10:26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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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의상을 입고 대구대학교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름답다’란 말이 몽골어로 ‘열다섯 살’을 뜻하는 ‘아르반 타브 타이’에서 나왔다 는 말 들어보셨나요?”  


 대구대학교에서  실내건축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보양네메흐  마르가트(22)는 2019년 9월에 한국으로 왔다. 몽골에서 10달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생활도 겨우 2년 반 남짓이지만 한국어가 원어민 수준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 이 봐서 한국어가 친숙한 것도 있지만 한국어와 몽골어 사이에 비슷하거나 서로 연결 되는 단어가 많다”고 했다.
 “‘아름답다’는 말이 그래요. 몽골인들이 아름다운 몽골 공주를 소개하면서 ‘아르반 타브 타이’, 즉 열다섯 살이라고 했는데, 고려인들이 그 말을 ‘아름답다’로 듣고 ‘아름 다운 여인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했다는 거죠. 몽골의 옛 노래 중에 15일에 뜨는 보름 달은 열다섯 살 아가씨처럼 아름답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있어요.”


“배우면 돈은 알아서 날아온다고 생각”
 드라마와 교류의 흔적이 남은 ‘말’들 덕분에 처음부터 한국이 낯설지 않았다. 2019 년 겨울, 친구와 함께 김해공항에서 내려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대학교로 버스를 타고 왔다.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한 데다 기숙사로 가는 길을 몰라 헤맸지만 전혀 무섭지 않 았다. 옛날에 살던 동네에 온 기분이었다. 
 정서적으로는 너무도 친숙했지만 모든 일이 일사천리는 아니었다. 특히 공부가 힘 들었다. 첫 학기에 교수님을 찾아가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 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김수정 실내건축디자인과 교수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 다”고 격려해줬다. 마르가트씨는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 큰 힘이 됐다. 한국에서 만난 분 중에 가장 감사한 분”이라고 고백했다. 
 “공부는 고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몽골 속담에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게 있어 요. 한국과 똑같죠? 석사, 박사까지 모두 밟은 후에 꼭 한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요.”


“한국은 잘 어울리는 문화를 가졌어요”
 마르가트씨가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게르’다. 게르를 무대 디자인과 연결해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어릴 적 여름이면 시원한 게르에서 생활했다. 그만큼 게르에 익숙하다. 


 “어릴 때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둥그스름한 게르의 모양에는 어디에 가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라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요. 정말 그래요. 게르에서 같이 생활하 면 둥글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사이가 좋아지거든요.”


 김수정 교수에게도 ‘게르’를 배웠다. 마르가트씨는 “교수님이 평소 ‘사회에서 제일 필요한 사람은 서로 도와주고 협업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하시는데, 그게 바로 게르의 의미”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BTS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 모두 세계에 통했다”면 서 “한국은 세계와 잘 어울리는 문화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몽골의 15살 아가씨와 한국 사람들의 미에 대한 감각이 만나서 ‘아름답다’는 말이 탄생했어요. 만나고 어울리고, 풍성해지고 그래서 더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 바 로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지금은 한국이 그걸 훨씬 잘하고 있지만 ‘게르’ 문화를 가 진 몽골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어요. 몽골과 한국이 더 자주 만나고, 그래서 더 많은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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