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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몽골반점이? 첨엔 그 말 안 믿었죠”

  • 입력 2021.12.03 00:00
  • 수정 2021.12.14 10:2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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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렉 온다르히(오른쪽)씨가 ‘한국 엄마’ 노정희(왼쪽) 대구대 교수와 함께 석사 학위증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택시 기사가 ‘우리 한국인도 몽골반점 있다’고 했을 때 속으로 생각했어요. 에이, 거짓말!”
 빌렉 온다르히(25)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2017년에 한국으로 왔다. 몽골 국립대 에서 국제관계학 전공으로 졸업장을 받은 후 대구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 몽골 시 절부터 그룹 ‘빅뱅’의 골수팬이었지만 한국에 올 때만 해도 한국을 잘 몰랐다. 어학당 을 다니던 시절 택시 기사에게 “한국인의 특징이 몽골반점”이라는 말을 듣고도 ‘몽골 반점은 몽골사람에게만 있다’는 굳은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나중에 한국인들에게도 몽골반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살짝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미안 한 마음이 가셨다. 어학당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몽골 학생들은 학교에 갈 때 말을 타 고 가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 그때 온다르히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버스 타고 갑니다. 한국처럼요.”
 그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한국 아이돌 그룹에 몽골인 멤버가 들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몽골을 좀더 널리 알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엄마’ 덕분에 무사히 석사 학위 받았어요”
 온다르히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한국, 중국, 일본을 다 경험 해보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한국으로 왔다. 처음엔 후회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첫날 말도 안 통하고 일도 힘들어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 이 내내 맴돌았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겨우겨우 참았다. 
 두 번째 고비는 1년 동안의 어학당 과정을 마치고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였다. 어학 당에서 한국어를 웬만큼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하루하 루 막막하던 그 시절 온다르히씨에게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다. 
 “노정희 교수님께 너무 감사해요. 저의 ‘한국 엄마’나 마찬가지예요. 엄마처럼 꼼꼼 하게 공부를 챙겨주셨거든요. 교수님 덕분에 무사히 석사 학위 받았어요.”
 아등바등 공부를 이어가는 사이 일상에서는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 됐다. 그는 “한 국과 몽골은 서로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음식도 그렇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인 삼겹살이 그의 ‘최애 메뉴’다. 그는 “몽골에 돌아가도 ‘가장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 안에 삼겹살이 꼭 들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빨리’는 괜찮은데 ‘빨리 먹기’는 아직도 힘들어요”
 반면 적응하기 힘든 한국 문화도 있다고 했다. ‘빨리 먹기’다. 그는 “빨리빨리 문화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밥은 좀 천천히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숍 문화도 마 찬가지였다.
“학교 친구들이 저녁 먹은 후에 또 커피숍에 가는 거예요. 이야기 나누자면서요. ‘고기집에서 술도 마시고 충분히 대화를 했는데 왜 또 커피숍에 가지?’하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커피숍을 즐긴다. 한국인들의 끈끈한 정이 굳이 커피숍까지 가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만드는 요소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 까닭이다.                                                                                     온다르히씨는 이르면 내년에 다른 아시아 국가로 떠날 계획이다. 목표한 대로 서른즈음까지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다 경험하려면 일정이 빠듯하다고 밝혔다.
 “아시아를 모두 경험한 후에 대사관에서 일할 거예요. 아시아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은 저에게 늘 최애 국가가 될 것 입니다. 문화와 습관이 몽골과 너무 비슷한 만큼 두 나라가 더 가까워졌으면 해요. 제가 두 나라를 더 밀접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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