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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통과 좌절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 입력 2021.12.02 00:00
  • 수정 2021.12.14 10:14
  • 기자명 박성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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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숙(56) 동재건설 대표의 별명은 ‘철의 여인’이다. 어릴 적부터 금녀의 공간이 라고 불리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까닭이다. 강 대표는“어릴 적부터 목 수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레 집을 짓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여러 가지 시련이 있었지만 열정과 의지로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가 뭘 안다고 나서!”
 대학 시절 첫 아르바이트를 건설 현장에서 했다. 이왕 일을 해야 한다면 자신도 있 고, 흥미도 있는 곳에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인부들 이 그녀를 그저 공사판에 얼쩡거리는 여자로만 보았다. 어릴 적 배운 기술을 바탕으 로 척척 일을 해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핀잔뿐이었다. 동료 인부들에게 이유 없이 맞는 날도 많았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능력이 아니라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 로 물러서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었다. 낮에 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책을 폈다. 현장에서 필요한 원리부터 흙과 돌의 종류 와 특징까지 빠짐없이 공부했다. 공부를 하면서 현장에서 일을 하니 큰 흐름이 보였 다.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갖은 노력 끝에 현장에서 쓰이는 포클레인, 불 도저와 같은 중장비들도 운전할 수 있게 됐다. 그 정도가 되니 몇몇 사람들이 조금씩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당시는 그게 워낙 당연했던 시 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사업을 시작했다. 실력이나 단가는 다음 문제 였다. 여자가 대표라고 하자 아무도 일을 주지 않았다. 평소 그녀의 열정을 높게 사던 사람들로부터 일이 조금씩 들어왔다. 작은 일이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120% 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첫째를 낳고는 몸도 풀지 못한 채 3일 만에 현장에 나갔습니다. 결국 그 뒤에 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기회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죠. 보통처럼 하면 안 됐어요. 늘 최고로 증명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키워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보이기 시 작했다.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어릴 때 엄마 따라 안 가본 현장이 없었거든요. 지금 이라도 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애우, 새터민,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와 봉사활동 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공부를 꾸준히 한 덕에 영남대학교 행정학 박사 를 취득하기도 했다. 여전히 누워서 자는 시간과 앉아서 조는 시간이 비슷하다는 그녀 는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성별과 같이 선천적인 것들이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이 든 간에 후천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바뀌기 마련이죠. 저 역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밖에 나오니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더군요.” 
 그는 여성들을 향해 “후배들에게도 이 길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본인 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부딪히고 싸우길 바란다”면서 “안 되면 될 때까지 한다 는 정신으로 달려드면 반드시 결실이 나온다”는 덕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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