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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도자기 명맥을 잇겠습니다”

  • 입력 2021.12.02 00:00
  • 수정 2021.12.14 10:03
  • 기자명 추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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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불 그리고 사람이 빚어낸 그릇이 1,300도 장작 가마 속에서 견딘 후 우리의 일상으로 다 가오는 가운데 조선 영조시대이래 300여 년에 걸쳐 경북 문경에서 영남요를 운영하고 있 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05호 김정옥 사기장(81.보유자)은 아들 우남 김경식(55. 사기장 전 승교육사), 손자 김지훈(27. 사기장 이수자)씨에 이르기까지 9대에 걸쳐 조선백자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월 ‘제56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국가무형문화재전수관의 문화예술교육 사이자 이수자인 김지훈(27)씨가 도자기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DCC대전컨 벤션센터 등 7개 경기장에서 8일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고용노동부, 대전시 등이 주 관했다. 김씨는 이번 금메달 수상으로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비롯해 상금 1,000만 원 도 거머쥐었다.


 5번째 출전 만에 ‘항아리’ ‘합’으로 금메달
 김씨의 전국기능경기대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대회 도자기 직종 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김씨는 지난 1년 동안 절치부심해 자신의 실력을 갈 고 닦은 끝에 정상을 차지했다.
 김씨는 “이번이 5번째 출전인데 해마다 참가자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대회도 어려 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그 동안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번에 금메달이라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능경기대회에서 ‘항아리’와 ‘합’ 등을 각각 두 점씩 만들었다. 기능경기대 회는 개인의 창의성이나 개성을 발휘하는 방식이 아닌, 주최 측에서 제시하는 과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느냐가 관건인 ‘정답’이 있는 대회다. 제시된 도면에 따라 제 한된 시간 안에 답안지에 가장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도자기에 대한 전반 적인 이해와 기초 지식이나 기술 등이 제대로 쌓여 있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 들어 참가자들의 수준 또한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씨 역시 이번 대회를 위해 두 달이 넘는 준비 과정을 거쳤다.
 김씨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에 있어 더 정교함과 세심함을 보 완할 수 있었다”며 “이번 대회 금메달이 전부가 아님을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도 많이 축하해주셨지 만, 한편으로는 금메달을 차지했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300년 넘는 문경 영남요 역사의 무게
 문경 영남요는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통 도자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 의 할아버지 김정옥씨는 영남요 7대이자 도자기부문에서 국내 유일 국가무형문화재 사기장으로 지정돼 조선왕실 도예의 계보를 잇고 있다. 아버지 김경식 씨는 영남요 8 대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전승교육사다. 화려한 명성 뒤 영남요 9대를 잇고 있는 김씨 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김씨는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도자기와 가깝게 지내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자기 에 정식 입문했다. 김씨는 “도자기에 입문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명성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 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 일에는 학업에, 주말에는 영남요가 있는 문경읍으로 내려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각종 도자기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작업을 하면서 옆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항아리의 매력에 푹… 발물레 등 전통기법 고수도
 그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도자기는 바로 ‘달항아리’다. 달항 아리는 상부와 하부를 따로 만들어 겹쳐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음새가 조금만 뒤 틀려도 만족할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버지 김경식씨와 그는 지난해 대중들을 상대로 달항아리 시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전기물레 뿐만 아니라 발물레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모터를 통해 계 속 돌아가는 전기물레와 달리 발물레는 발로 계속해서 굴려줘야해 허벅지나 무릎 등 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원심력을 직접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물레와 발물레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작품 활동에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김씨 는 지난 2014년 발물레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통물레와 전통가마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여전히 도자기를 만드는 일이 재 미있고 즐겁다는 그다. 또 선조께서 꿋꿋하게 이어오신 도자기 제작법을 고수하고, 새 로운 기술과 접목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김 씨는 “전기물레 작업이 잘 안될때는 잠시 접어두고 발물레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서 기분을 전환하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며 “전통 제작 기법이 가지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씨는 목원대 도자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현재 단국대 도예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도자기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이론과 실습 등을 이수하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내년 이맘 때쯤 진행될 학교 작품 전시회에도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포 부다. 또 당장 눈 앞에 할 수 있는 수련 활동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훌륭한 스승들이 가장 가까이서 좋은 가르침을 주고 계신다는 것은 스스로 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복이라 생각한다”며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한국 전통도자 기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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