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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살리려 22년 헌신 “후회는 없습니다!”

  • 입력 2021.12.01 00:00
  • 수정 2021.12.13 17:51
  • 기자명 김광원기자,박성현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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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전화기에 불이 났습니다.”


 이승용(52) 오성고등학교 펜싱부 감독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 동안 여러 곳에서 축하 인사를 받았다. 바로 그의 제자인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인 구본길 선수가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던 본길이를 제가 직접 스카우트했죠”
  구 선수는 유럽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과 빠른 발을 앞세워 세계무대를 제패했다. 하지만 그런 구 선수가 처음 펜싱에 입문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축구’덕분 이었다. 당시 오성중학교 1학년이었던 구 선수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 을 보고 이 감독이 펜싱부로 스카우트 한 것이었다. 이 감독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하는 모습을 보면 순발력, 눈빛, 센스를 다 볼 수 있다”며 “조금씩 펜싱을 가르쳐보니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본길이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입니다. 훈련 한 번도 그냥 하는 법이 없었어요. 늘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공격을당하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두 번 당하지는 않더군요.”


오성고를 펜싱 명문으로 이끌다
 이 감독은 2000년 30살의 나이에 오성고등학교 펜싱부로 부임했다. 당시 오성고 펜싱부 인원은 4명이 전부였다. 시설부터 장비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 었다. 하지만 자신의 모교가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다 시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감독은 “제가 와보니 선수들이 개개인 능력은 있었 지만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며 “그때부터 전국에 펜싱부가 있는 학교들을 찾아다니 며 전지훈련을 다녔다”고 말했다. 그렇게 22년이 지났다. 오성고 펜싱부는 전국적인 펜싱 명문이 되었고, 이 감독이 키운 제자들은 올림픽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기본기만 탄탄하면 무서울 게 없습니다!”
  20년 넘게 펜싱부 감독을 맡으며 여러 선수들을 키워낸 그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 했다. 바로 기본기다. 그는 “펜싱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기”라며 “잘 갖춰진 기본기에 센스가 더해진다면 그 선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 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하며 틈 나는 대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훈련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 펜싱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도 하체 위주의 기본기 훈련을 탄탄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선수들의 능력은 뛰어났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없어서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체 위주의 훈련만 진행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런지 등 하 체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을 많이 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지휘하는 오성고 펜싱부는 새로 건립된 전용 체육관과 함께 각종 대회 마다 상을 휩쓸고 있다. 또 그의 제자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랭킹을 다투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아침 6시 30분이 되면 가장 먼저 체육관으로 나선다.
  “모든 성과가 저 혼자 잘해서 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를 믿고 교육청과 체육 회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이죠. 올림픽 활약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펜싱 동호 인이 늘어나는 등 펜싱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일에 앞으로도 계속 매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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