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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세상 밝히고 열어갈 빛과 이정표

  • 입력 2021.12.03 00:00
  • 수정 2021.12.08 11:11
  • 기자명 권연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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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4일자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신문의 미래’라는 부제와 함
께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누가 신문을 죽였나?(Who killed the newspaper?)’. “시간의
문제일 뿐 수십 년 내로 인터넷에 밀려 부유한 세계 신문의 절반이 폐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
문의 퇴보는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곧바로 반론이 나왔다. 일간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의 칼럼니스트 알바로 바르가스 요
사(Albaro Vargas Llosa)는 9월 1일자 ‘아무도 신문을 죽이지 않았다(Nobody Killed The Newspaper)’
는 제하 칼럼에서 ‘17세기 이래 전통적인 신문의 선택 역할이 이제는 독자의 몫이 됐다. 독자
는 다양한 항목에 따라 온라인의 한 콘센트에서 다른 콘센트로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누가 신문을 죽였나’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옛날에는 그것을 선택과 자유라고 불렀다.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신문에 대한) 타살이라고 부
른다. (하지만) 아무도 신문을 죽이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던 정보가 이제 아래에서 위로 흐
르기 시작했을 뿐이다.” 인디펜던트 칼럼의 결론은 ‘신문의 타살’이 아니라 ‘독자의 이동’이라는 것
이다.

 심각한 위기론은 반복된다. 위기는 심각할수록 정확한 지점과 증상, 원인과 대책을 찾기 어려워
마치 어둠 속을 더듬듯 ‘답답한’ 위기 담론의 변주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신문 위기론도 마찬가지
다. 이코노미스트와 인디펜던트는 세계적인 정론지로 정평을 지켜왔다. 두 언론 간에 신문 위기 논
쟁을 벌인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문 위기론은 적절한 대응책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신문의 타살’을 주장한 이코노미스트나 ‘독자의 이동’이라고 한 인디펜
던트가 공통으로 예측하고 있는 부분이다. 단순한 전망이 아니다. 신문의 위기를 풀어갈 해법이기도
하다. 바로 시민언론의 출현과 성장이다. 탈구조주의, 탈근대의 시대 흐름에 맞게 시민언론, 1인 미
디어는 시민 각자가 언론의 주체가 됨으로써 갈수록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1인 미디어·시민언론은 시대적 흐름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좋은 신문이란 스스로 말하는 국민’이라고 했다.

가디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등 언론사들이 카네기재단의 지원을 받
고 있다. 온라인 곳곳에 자리잡은 진지한 신문 엘리트 그룹, 자선단체 지원을 받는 독립 저널리즘,
열성적인 수천 명의 블로거, 지식이 풍부한 시민 언론인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정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지금의) 문화적 변화는 권력의 분산이다. 이것은 미디어의 종교 개혁
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기술이 농업 사회 - 산업 사회 - 서비스 사회의 전환을 추동했듯이 변화를 가
속화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 기술과 힘이 자신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을 안다. 정보 시장(언론)에 대
한 진입 장벽은 무너졌다. 이제 시민들은 자신의 견해나 이야기를 홍보하는 데 신문 편집자에게 의
존하지 않는다.’ <인디펜던트>

 두 언론이 같이 전망한 대로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 시민언론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1인 미
디어는 유튜브만이 아니다. 언론 민주주의, 언론 자치 시대가 그리 멀지만은 않다. 오늘의 한국 언론
은 ‘기○기’라는 멸칭이 말해주듯 허물과 한계가 많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제대로 된 언론’에 대한
열망과 기대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말이다.

‘대시대 4년 9개월’ 좌절을 넘어

 2017년 3월 29일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대시대)이 출범한 지 4년 9개월을 맞는 오늘,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앞서 보았듯 시민언론의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였고 국내 언론 여건 역시 그랬지
만 넘어야 할 난제와 애로가 한둘이 아니었다. 더욱이 척박한 지역 환경에서 시민기자대학을 열어
시민기자를 양성하고 시민언론을 창간하는 일은 적잖이 무모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길은 거기에 있어서만 가는 것이 아니다. 길을 거기에 내기 위해서도 가야 한다. 그 길이야 말로 길이다.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드라마 ‘다모’의 한 구절처럼. ‘시민언론 창간으로 행복사회 이루기’란 당찬 비전은 그런 길로 나선 첫걸음이었다.

 대시대 제1기 기본과정 제1강은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공동체 빛과 소금, 시민기자의 존재 가치’. 첫 입학생 96명을 시작으로 현재 제11기 과정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1,000명 (예비) 시민기자들의 열정과 사랑이 모여서 낸 이 길은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다. 시행착오와 지지부진도 많았다. 이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한 시민기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와 위로를 드린다. 새해에는 활기찬 변화가 있을 것이다

‘시민저널 시민기자’는 시민언론의 씨앗

 대시대 기본과정은 10주 동안 월요일(일부는 강의장 사정으로 화요일)마다 1강씩 열려 10강으로 이뤄진다. 오리엔테이션과 HR(homeroom 또는 human relationship) 시간 등을 포함해 3개월 동안 시민언론의 기본 개념과 시민기자로서의 소양을 익힌다. 이후 심화과정과 전문과정이 이어지며 시민기자 상설 공부방인 ‘거울과 저울’을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 저녁 김밥 한 줄로 허기를 채우며 함께 ‘배우go, 만나go, 즐기go’를 통해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실천하는 열정의 공동체이다.


 2019년 4월부터는 ‘시민저널 시민기자’ 8면을 발행하고 있다. 시민기자 언론매체 창간을 위한 예비·시험 단계로, 대구한국일보가 펴내는 월간 엠플러스한국의 권말 섹션 형태다. 대시대 1~10기 기수별 동기회가 월별 차례대로 에디터 팀을 꾸려 기사 작성을 맡고 있다. 골목 골목 일터와 삶터를 누비며 삶의 현장 이야기 등을 담아 내고 있다. 이 달 2021년 송년호로 31호다. 

 지난 2년 9개월 동안 소박한 지면이지만 시민기자가 오롯이 채워 온 ‘시민저널 시민기자’는 뉴스 소비자에 머물렀던 시민이 뉴스 생산자, 시민기자로 거듭나는 각성과 신생의 과정이었다. ‘시민저널 시민기자’는 시민언론 창간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이 거둔 작지만 의미있는 시민언론의 씨앗이다.

언론은 언론사 전유물 아닌 시민적 기본권

 언론은 결코 언론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적 기본권이며 공공 서비스, 사회적 인프라다. 시민기자는 이 당연한 선언에 동참한 사람이며 언론의 주인이 되고자 깨어난 사람이다. 또한 시민언론 매체 창간이라는 목표를 이뤄야 하는 운명적 공동체다. 특권도 반칙도 왜곡도 거래도 없이 정직함과 소박함을 무기로 시민만이 할 수 있는 시민의 이야기를 해내는 사람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골목 탐방 기사나 지역 문제, 집단 지성을 다루는 기사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새해에는 시민의 행복과 기쁨, 아픔과 슬픔을 촘촘히 그려내는 시민의 대변지, 세상을 바꾸는 함성의 주인이 되도록 소명을 다할 수 있기 바란다. 우리가 펜을 드는 순간 이웃의 일상이 역사가 되고 좀더 나은 세상을 여는 힘이 될 것이다. 시민기자와 시민언론이 얼마나 큰 선한 영향력을 일으키느냐에 따라 지역 사회의 내일이 달라질 것이다.

 ‘시민기자 시민저널’은 내년 초부터 기존의 매월 기수별 기사 담당 방식 대신 매월 전체 기수 통합 기사 담당 방식으로 바꾸고 지면을 24면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주거지와 골목별로 기자를 배치해 골목을 출입처 삼아 시민의 생생한 삶을 채록하고 그려내는 언론, 골목 저널리즘의 새 영역을 개척해갈 것이다.


‘골목 저널리즘’의 주역이 되자

 이러한 시민언론을 만들고 북돋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멀고 벅찬 길이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1,000명을 넘어선 우리가 수천 수만의 뜻을 모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상 이야기를 펼칠 때 우리는 골목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언론사·지역사를 쓰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대시대 시민기자 여러분, 지난 한해 숱한 보람과 아쉬움 속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 시민언론은 지역과 세상을 밝히고 열어갈 빛과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우리 더 함께,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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