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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의 대화’에서 발견한 ‘이렇게 멋진 사람들’

  • 입력 2021.10.03 00:00
  • 수정 2021.10.29 09:19
  • 기자명 윤종옥 영남대 유럽언어문화학부 독일언어문화전공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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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첫 번째 직장을 다녔다. 내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니 현실은 그
렇지 않았다.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그만 두고 다시 한번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급하게 다른 직업을 찾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
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전부터 관심 있었던 영화 공부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고, 영화를 학문적으로 다룬다는 것도 아직 낯설었던
시대라 영화 공부가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그때 만난 책이 프
랑스와 트뤼포가 쓴 <히치콕과의 대화>였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이 책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감
독인 트뤼포가 서스펜스의 대가로 알려진 히치콕과 한 인터뷰
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히치콕의 전작을 대상으로 제작 배경,
핵심 아이디어, 그것을 영상화하기 위한 기술적 조건과 해결책
등에 대해 세세하게 질문하고 답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저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던 히치콕의 영화들이 어떤 생각을 바
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영화분석이란 어떤 것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히치콕의 영화만큼이나
트뤼포의 분석이 감동적이었다. 쉽게 보고 넘어가는 장면들에
서 이렇게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
엇보다 두 사람이 인터뷰 과정에서 전달되는 영화에 대한 이들
의 애정은 독자인 나에게 전이될 정도로 강력했다. 이렇게 멋
진 사람들이 인생을 바친 영역이라면 나 역시 뛰어들만한 가치
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히치콕과의 대화>는 나
에게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딜 수 있게 한 책이다.
▷추천서 - 프랑수아 트뤼포, <히치콕과의 대화>, 한나래, 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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