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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풍파, 지진에도 의연한 첨성대 ‘변치 않는 것’이 주는 위로에 감사

나의 첫 시집, 시 한 편

  • 입력 2021.09.07 00:00
  • 수정 2021.09.07 11:04
  • 기자명 김선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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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가 위치한 천년고도 경주는 나의 고향이다. 남산
자락 삼릉 아래 마을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다. 등·하
굣길엔 버스 노선을 따라 동네 숲인 삼릉을 시작으로 오
릉, 나정, 계림숲, 천마총을 일상처럼 접하며,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냈다. 몇 년 전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온 나
라가 혼란에 휩싸였다. 대형 건설사에서 지은 건물의 외
벽에도 금이 갔는데, 시멘트와 같은 건축 접착제 하나 사
용하지 않고도 30cm 높이 화강석으로 쌓아 올린 첨성대
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출강하던 강의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잇따라 휴강하면
서 경제적으로 얼마간 힘든 면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모든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평소 여행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즐겨 하던 나에게 취미생활에 할애할 시간 여유
가 좀 더 생겼기 때문이다.

철없던 어린 시절 고리타분하게만 느꼈던 고향의 유물
과 유적들을 다시금 살펴보고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중년의 나에게 생긴 것이다. 시간의 여유가 선물처럼 마음의 여유를 불러왔다.

어느 날 저녁 즈음, 가까운 고향의 유적들을 유유자적 느린 걸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간 곳이 첨
성대였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구나 새삼 깨닫는 순간, 야간 조명 속 조형의 아름다움이 비추듯 다가와 내 얼굴까지 환해졌다.

그 옛날 하늘의 별을 관찰하면서 다가올 내일을 예측했던 곳. 현대의 마천루처럼 높고 웅장하지 않
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 지금까지 그 자리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마음의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그 위로가 더욱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사하며 시 한 편을 썼다.

작은 바람 담아 써 내려간 밑마음
세계가 역병에 힘들어한다. 나랏일 하는 분들이 일일이 알 수 없을 만큼 하루가 멀다 하고 평온치 못
한 사정과 정세가 닥치고 생긴다. 어려운 시국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어려움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좋았던 내 고향의 랜드마크이자 선조들의 지혜와 얼이 담겨 있는 첨성대에게 작은 소원을 담아 쓴 글이다. 이 시를 써 내려갈 때는 알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서 힘든 사회적 상황이 어서끝나기를 첨성대에 애원하듯 염원하고 있다. 다시 읽어보니 당시의 밑마음이 뒤늦게 보이는 듯하다.

이 시의 화제는 첨성대다. 화자는 1연에서 첨성대가 별을 관측하는 곳이었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였
으니, 첨성대를 관람하며 아끼듯 칭찬하듯 감사했다.

2연에서 별을 관측하며 예측하는 첨성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안타까운 나머지 첨성대
가 무탈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3,4연에서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자신이 첨성대가 된 듯하다. 첨성대를 걱정하듯 보이지만 사실은 화
자인 나 자신을 비추는 간접 조명들이 있어 안도하는 듯 표현했다.

5,6연에서 오랜 세월 크고 작은 재해(지진)들 속에서도 잘 견디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첨성대와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7연에서 오랜 세월이 역사가 된 첨성대와 인생의 얄궂은 고비들을 이겨내고 있는 자신은 아름답기
까지….

8,9연에서 현장에서의 간접 조명으로 인한 야경도 아름답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 즉 첨성대도 사
람도 본연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것을…. 쏟아지는 작은 별빛이 더 아름답다고, 마지막 연은 화자가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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