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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 업종 아니지만 실제론 해당 재난지원금 현실에 맞게 높여야

코로나19, 어떻게 살라고’ 지역 공연·행사 기획·대행업체 대표의 하소연

  • 입력 2021.08.13 00:00
  • 기자명 김구 시민기자 / 김윤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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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19개월째. ‘직격탄’은 이어지는 언론 보도의 단골 제목이다. 코로나19로 OOO업계 직격탄, △△△업계 직격탄…. 직격탄에 대한 사전 풀이는 ‘곧바로 날아와 목표물에 명중한 폭탄’이다. 목표물을 정조준해 쏘아 맞춘 폭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 업계를 정조준했을 리 만무하지만, 달리 어찌해볼 도리 없이 당했고 그만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 지역 공연·행사 기획·대행업계도 ‘직격탄’
코로나19로 지역 업계 곳곳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과 행사 개최 여부에 생존이 걸린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계 역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A행사가 안 된다고 B행사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인 10인 이상 집합 금지, 4단계인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띄엄띄엄이라도 손님이 있는 업종이 아니다. 행사가 아예 없다.

 IMF 외환 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행사가 막히는 것은 전쟁 상황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확진자가 줄어 일부 행사라도 재개할라 치면 확진자가 다시 급증했다. 거리두기 제한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의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는 녹록지 않다.

 지난해 3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자체 조사해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취소·연기된 현장 예술행사는 2,500여 건으로, 이에 따른 손실 규모는 523억 여 원이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예술인 10명 중 9명은 전년 대비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표1, 표2 참조>

▲ 〈표1〉 지난해 1~4월 예술인들의 수입 체감도 (단위 %)〔자료 출처〕 한국예술단체총연합회
▲ 〈표2〉 코로나19 종료 후 예술인 수입에 대한 기대 (단위 %)〔자료 출처〕 한국예술단체총연합

 

 지역별 행사 취소·연기 건수는 서울이 1,6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이 156건으로 두 번째였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3월 대구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예술인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구지역에서는 330여 건의 문화행사가 취소·연기돼 손실·피해 규모가 13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형평성 살펴봐야
 이렇게 10인 또는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따라 모든 행사가 취소·연기되면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체는 매출이 0이다.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체 자체가 집합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집합 금지 대상 업종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업종은 정부(중소벤처기업부) 재난지원금 신청·지급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버팀목 자금 플러스 지원 분류 항목에서 ‘집합 금지 6주 이상 지속 업종’(지원 금액 500만 원)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이 업종을 사회적 거리 두기, 집합 금지 조치로 가장 큰 피
해를 보는 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에 맞고 더 공평하다는 말이다. 현재 4차 재난 지원금 지급 대상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 분류에 의하면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은 ‘매출 감소 40~60%’에 해당하는 ‘경영 위기 업종’(지원 금액 250만원)이다. 세부 항목이 아직 나오지 않은 5차 재난 지원금 지급 계획에서 이런 부분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얼마 전 지역의 한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정을 아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잊혀갈 사연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매출 0인 상태가 1년 이상 계속될 때 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올 경력 20년의 OO이벤트 대표를 만나 지역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체의 실상에 대해 들었다.

 - OO이벤트가 하는 일은?
“공연·행사의 기획과 대행이다. 구체적으로 소·중·대 규모 공연·행사용 조명시설과 소·중 규모 공연·행사용 음향시설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2001년 자그마하게 시작해서 코로나19 직전에는 정규직 직원 3명, 임시직 3~4명이었는데 지금은 혼자 일하고 있다.” 

- 행사 규모에 따라 소요 장비도 다를 텐데.
 “소규모 행사는 준공식, 커팅식, 토론회 등의 실내 행사를 말한다. 이 경우 음향 장비는 출력 3KW 이하로 노래방 스피커의 5배 정도다. 중규모는 운동장에서 하는 체육대회 등으로 출력 10KW의 음향 장비가 필요하다. 강당의 스피커의 약 4배 크기다. 대규모는 콘서트와 축제다. 출력 30KW의 음향 장비가 필요한데 노래방 장비의 약 300배라고 보면 된다. 조명 장비의 경우 소규모 행사에 약 30대가 필요하다.”

 - 장비가 대부분 고가일 것 같은데.
 
“음향 장비의 단가는 이탈리아 제로 1억 이상이다. 음향 장비는 유행이 거의 없는데 비해 조명 장비는 유행 주기가 짧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전구가 들어갔다. 전력은 많이 먹지만 100만~200만 원 정도로 단가가 쌌다. 3년 전부터는 LED로 바뀌었고 요즘은 레이저다. 변화 주기가 짧고 가격도 많이 올라 고가 제품을 쓰기가 어렵다. 레이저는 보통 대당 800만 원 정도다. 세계 조명 장비 시장은 중국이 석권하고 있다.” 

 



 - 장비 비용 부담이 크지 않나?
“돈이 좀 모이면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하게 된다. 사람 욕심이기도 하지만 그게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2014년 1억 5,000만 원 정도 대출해 장비를 대폭 교체했는데 그해 봄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행사가 상당 기간 멈췄다. 대출 부담이 무척 컸다. 그 대출이 아직 7,000만~8,000만 원 남아 있다. 돈 벌어 장비 사는 데 털어 넣는 셈이랄까. 장비 비용 부담이 크다.”

 - ‘화려한 3D 업종’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솔직히 그렇다. 아침 9시 행사가 시작된다면 나와 같은 스태프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필요 인력 싣고 창고에서 장비 일체를 실어 날라 현장에서 공무원이 나오기 전 8시까지 세팅과 리허설 완료하려면 그렇게 일어나 정신없이 준비 작업을 할수밖에 없다. 남들이 식사할 시간에 우리는 작업을 해야 하고 우리가 식사할 시간이면 행사 시간이다. 밤 10시에 행사가 끝나면 새벽 2시쯤 철거 작업이 완료된다. 식사는 당연히 거르거나 1~2분 만에 허겁지겁 먹는다.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식사나 잠이 
불규칙하다 보니 40~50대에도 병을 얻는 분들이 많다. 화려한 공연이나 축제의 무대 뒤에서 정말 힘들게 ‘몸으로 떼우는’ 분들의 수고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 수익 구조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특히 대구지역 공연·행사의 수수료 단가나 인건비는 전국에서 가장 싼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나마 수주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나 관공서는 절대 갑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수익 구조라는 게 외형 액수와는 많이 다르다. 실력 있는 지역 출신 가수의 출연료는 후불에다 상대적으로 낮고 지역 경제 내부에서 도는 돈이다. 서울의 유명 가수는 지역 출신 가수 출연료의 10~20배에다 무조건 선불이다. 돈이 역외로 빠져나간다. 지자체나 관공서 담당자 거의 대부분은 서울의 유명 가수를 출연시키라고 요구한다. 출연료는 10~20배 높아지는데 행사 예산은 좀체 늘지 않는다. 장비 부분에서 비용을 줄여 유명 가수를 출연시키라는 식이다. 겉보기에 행사는 화려해 보이지만 결산하면 외화내빈. 공연·이벤트 기획·대행업체의 살을 깎아 먹는 나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공연·축제 문화의 발전은 입 발린 소리다.” 
 
 - 코로나19 전과 후를 수입으로 비교한다면.
 “이 업종은 보통 4, 5, 6월 봄 시즌 석 달과 9, 10, 11월 가을 시즌 석 달이 성수기다. 여섯 달 일해 일 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일 년 평균을 낸다는 게 무의미하다. 
 어쨌든 코로나19 전에는 연 매출 5억 이상~10억 미만 정도는 했다. 지금은 0이다. 심각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

 - 어떻게 견디고 있나?
 “금방 말했지만 방법이 없다. 그나마 손쉽게 건설 일용직이나 오토바이 퀵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내 주변에만도 일곱 분이 오토바이 퀵을 하다가 네 분이 크고 작은 오토바이 사고로 오히려 더 큰 고생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타깝다. 나의 경우는 회사 차량이 트럭 2대와 탑차 등 5대여서 지인들의 화물 운송을 대행하고 있다. 아쉬워서 하는 거지 별 보탬은 되지 않는다.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대출 한도가 차거나 대출 기준에 미달해서 대출이 안 된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로부터 얼마간 빌려 생활비에 충당하고 있다. 이것도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 

 - 휴업이나 폐업은 고려해봤나?
 “이런저런 보험료만도 월 100만 원이나 되고 사무실(월 100만 원)과 창고 세 군데 임대료(한 군데는 자체 소유, 한 군데는 2개월 감면, 한 군데는 건물주가 자진해서 30% 내려줌)를 감당하기 어려워 작년 9월 휴업했다. 그런데 휴업하면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올 1월 휴업을 중지하고 사업장을 살렸더니 보험료가 다시 이전 그대로 청구됐다. 제도의 미비점이나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본다.”

 - 재난 지원금은 얼마 받았나?
 “앞서 말했듯이 휴업을 한 탓에 3, 4차 재난 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1, 2차 각 100만 원씩 200만 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지만 지출되는 돈은 일정한데 수입이 없어지니 감당이 안 된다.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입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정된다. 나의 경우 2019년 매출이 컸기 때문에 많이 오른 보험료가 꼬박꼬박 청구된다. 의료보험공단에 가서 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왔다. 수입이 0인데 보험료는 높은 수가로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내년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내년 보험료는 올해를 기준으로 청구돼서 많이 내려가겠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다음에 보험료 내려봐야 이 역시 현실에 맞지 않다. 일년 전이나 후가 아니라 당장 지금이 문제다.”

- 개선할 점을 하나 꼽는다면?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재난 지원금(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 지급 기준의 형평성 문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4차 재난 지원금은 집합 금지가 지속되는 경우 500만원, 완화되는 경우 400만원이 지원되고 영업 제한 업종의 경우 300만 원이 지급되는데. 사실상 집합 금지의 경우에 해당하는 공연·행사 기획·대행업의 재난 지원금은 250만 원이다. 업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 동종 업계 동료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들고 답답하고 불합리한 점이 있어도 모두들 제 살기가 바빠 업종 전체의 문제나 공적인 문제는 두고 보기만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기보다 불평 불만만 하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젖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협조할 일은 협조하면서 불합리한 점은 적극 나서 개선해야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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