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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순수한 열정" vs "백신 사기" 흰 고무신까지 등장한 50분 공방

  • 입력 2021.06.16 00:00
  • 기자명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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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회 '화이자 백신 사기' 놓고 공방 
이진련 의원, 고무신 들고 "국제망신" 주장
권영진 대구시장 "의료계 선의로 시작" 맞서

더불어민주당 이진련 대구시의원이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흰 고무신을 들고 나와 ‘코로나19 백신 사태에 대한 해명 및 정부와 정책 공조 강화 촉구’를 주제로 질문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대구 의료계가 화이자 백신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다 무산된 이른바 '백신 사기' 논란을 둘러싸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진련(더불어민주당) 대구시의원이 50분 동안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긴급생계자금 지원 방식을 놓고 충돌한 바 있다.

16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본회의 제283회 정례회 시정 질문자로 나선 이 시의원이 발언을 시작하며 흰 고무신을 높이 들었다. 그는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은 아니지 않느냐. 대구가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대구 의료계가 추진하다 논란을 빚은 백신 사기 의혹 해명과 관련 예산 사용 내역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역 의료진들의 노력과 선의는 존중돼야 하지만, 타 지자체에서도 독자 행보를 하다 무산된 전력을 대구시가 모를리 만무하다"며 "진상 규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 등 해외 언론에도 백신 사기라 보도될 정도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며 "백신 도입 추진 과정에서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용된 예산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16일 오전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참석해 시정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권 시장은 "이번 백신 도입은 메디시티협의회 구성원들이 정부를 돕기 위한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됐고, 사용된 금액도 없는데다 구매 의향 단계에서 중단됐기 때문에 사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메디시티협의회와 보건복지부 백신구매팀 등 협의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권 시장은 "협의회에서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백신 수급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며 "협의회 회장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백신 구입은 정부가 단일 창구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협의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협의 끝에 진위가 의심된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 추진을 중단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 구매의향서나 무역 레터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법적인 검토를 거쳐 공개할 수 있다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의회 차원에서 혈세가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차 일축했다. 권 시장은 "마치 계약을 실제로 했고, 20억원 돈이 오간 것처럼 의혹 제기하지 마시라"며 "정부합동감사반이 이날 대구를 방문하고,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도 예산이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시장으로서 좀 더 세밀히 살피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는데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초래한데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며 "불필요한 혼선과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데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뒤이어 질문자로 나선 전경원(국민의힘) 의원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전 의원은 "앞으로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도 "이 사건은 사기 사건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더이상 정치적 관점에서 대구시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대구 의료계의 백신 구매와 관련, 한국화이자를 통한 공식 유통경로가 아닌데다 진위가 의심스럽다며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권 시장은 지난 8일 공식 사과했다.

권 시장과 이 의원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 긴급생계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충돌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당시에도 설전을 벌이다 권 시장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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