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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안 했어요" 투신한 여고생…교육청 감사 착수

  • 입력 2021.06.15 00:0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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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관·교육안전과로 특별감사팀 꾸려 조사
교육감 특별지시로 '자살예방대책반'도 꾸려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학교 앞 아파트에서 투신한 여고생이 반성문에 남긴 글. 유족 제공

경북 안동의 한 여자 고등학교에서 부정행위를 의심받은 학생이 투신해 숨진 사고와 관련, 경북교육청이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15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감사관실과 교육안전과 소속 인원으로 구성된 특별감사팀이 전날 사고 학교를 방문해 정확한 사건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감사팀은 학교 관계자를 상대로 면담 등을 통해 자세한 경위를 살피는 한편, 학생들을 상대료 설문 조사와 심층 상담을 벌이고 있다. 임종식 교육감이 긴급 편성한 자살예방대책반은 학생 설문조사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조사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며 "현재 모방 사고 예방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 입구에 조화가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0일 안동의 한 여고에 재학 중인 A(18)양은 2교시 수업이 시작된 오전 9시 40분쯤 학교 정문을 나와 인근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1교시 영어 수업 때 수행평가로 간단한 시험을 본 A양은 교사로부터 부정행위 의심을 받았고,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 앉아 반성문을 쓰던 중이었다. A양은 아파트 주민이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여고생이 혼자 남아 반성문을 썼던 교무실 회의 테이블. 독자 제공

 

유족은 영어 교사가 A양 해명을 전혀 듣지 않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단정해 반성문을 쓰게 했고, A양이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어 교사는 A양에게 2교시 음악 수업을 받지 못하게 한 뒤, 교무실 한쪽 회의 공간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했다. A양은 1교시 영어 수업 때부터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줄곧 부인했다. 당시 영어 시험은 유명 팝송의 감상문을 세 문장의 영어로 적어내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답을 쓰던 중 교사는 A양의 책상 서랍 안에서 영어로 된 문장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고, 베껴 쓴 것으로 의심했다.

A양이 반성문에 남긴 글. 유족 제공

A양 언니는 "동생 친구들을 통해 알아보니 그날 영어 시험은 15분간 진행된 간단한 테스트였고, 단어 몇 개만 암기하면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시험이었다"며 "동생은 중간고사에서 전체 6등을 했을 정도로 우등생인데 부정행위자로 몰렸다. 더 이상 해명할 기회가 없자 억울한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경찰서도 학생이 숨진 다음날 학교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A양이 학교 밖을 나간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안동=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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