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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천사 할머니, 알고 보니 경증 장애ㆍ기초생활수급자“마음으로 돕고 싶어요”

80대 할머니의 쉼 없는 기부

  • 입력 2021.06.07 00:00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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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폐지를 줍는다. 벌써 몇 년째다.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폐지를 팔아서 번 돈은 모두 동사무소에 기부한다. 드러내놓고 기부하기 전에는 남모르게 이웃을 도왔다. 80대 고령에 관절 부위에 장애를 앓고 있어서 폐지 줍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거의 매일 수레를 끌고 다닌다.


지난 5월, 경북 영주시 영주1동행정복지센터에 최근 이 동네에 사는 박모(81)할머니가 폐지를 실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나타났다. 할머니의 손수레에는 종이상자가 하나 실려 있었다. 상자 안에는 깨끗하게 빛나는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했다. 할머니는 수줍게 웃으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와주려고…'라면서 동전을 내보였다. 동 직원이 “동전이 너무 깨끗하다”고 감탄하자 할머니가 이렇게 대답했다.
“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가며 모았어요. 폐지를 팔아 모은 동전이라 뭐라도 묻어 있으면 더러워 받지 않을까 싶어서…….”


박 할머니는 스스로도 경증 장애인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손자 2명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영주1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국민연금, 기초생활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공공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손자 하나는 고등학생이지만 맏손자는 성인이 되면서 그나마 좀 더 여유가 생겼다.


할머니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50만 원을 시작으로 12월 30만 원, 올해 2월 30만 원 등 4차례 160만 원이나 된다. 이번 기부금도 지난 2월 기부한 후 3개월 동안 매일같이 모은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이다. 하루 내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종이박스나 폐지를 모아 팔아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겨울에는 이마저도 모으기가 힘겹다.


동 직원은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 기부를 하는 이유를 물으니, 할머니께서 '서로 도움 주고받으며 사는 거지, 적은 금액이지만 마음으로 돕고 싶다'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박 할머니의 기부금을 전달받은 영주1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 돈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권경희 영주1동장은 "할머니의 기부는 특별한 기부"라며 "진실되고 따뜻한 마음을 어려운 이웃에 오롯이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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