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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도 없는 신라 벽화고분, 영주서 볼 수 있어요

  • 입력 2021.05.31 00:00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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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연구팀 발견 순흥읍내리벽화고분 등
보존 및 관광자원화 종합계획 수립 착수
영주시, 고분군 인근에 고분벽화박물관 추진

경북 영주 순흥 읍내리벽화고분에 그려진 역사(力士)상과 여러 생활풍속 그림. 영주시 제공

"1980년대 당시 대구지역 골동품 상인들 사이에 순흥지역의 한 무덤 안에 벽화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소문이 대구대 역사학과 이명식 교수의 귀에 들어와 1985년 1월29일 동계유적지표조사를 위해 학생들과 같이 이곳을 찾았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벽화고분이 발견된 순간이다. 이 교수가 도굴된 고분의 좁은 구멍으로 몸을 들이 밀고 내부를 본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벽화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무덤 내의 유물은 도굴범이 싹쓸이 해 갔지만 신라벽화의 발견만 해도 국사교과서를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일이었다. (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한국일보 2010년4월13일)

이에 앞서 1971년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조사단은 읍내리벽화고분 서남방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어숙묘를 발견했다. 이곳 역시 도굴이 이루어진 후 발견됐으며, 벽화는 일부만 남았다. 벽화를 그리기 위해 벽면에 칠한 회를 다려먹으면 만병통치라는 미신적 속설에 너도나도 회벽을 뜯어간 탓이다. '어숙'은 무덤에 묻힌 사람이름이다.

 

고구려 벽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어숙묘와 읍내리벽화고분은 신라 영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벽화고분으로 신라문화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고구려 벽화무덤은 유명하지만 신라의 무덤벽화는 왕도인 경주에서도 발견된 예가 없다.

이명식 교수에 의해 발견된 순흥 읍내리 벽화고분(사적 제313호)은 현재까지 남한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벽화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너비 3.53m, 길이 2.02m, 높이 2.05m의 묘실 벽면에는 두 손에 뱀의 목과 꼬리를 쥔채 달려나가려는 듯한 자세의 짧은 잠방이 차림의 역사(力士)가 그려져 있다. 묘실수호자이다. 이외에도 연꽃, 서조, 구름, 산악도 등이 그려져 있다. 특히 己未中墓像 人名ㅁㅁ(기미중묘상 인명ㅁㅁ)으로 새겨진 명문은 무덤의 조성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사례이다. 고분의 축조연대는 535년 혹은 595년 전후로 추정된다. 고구려벽화에 보이는 사신도와는 전혀 다르게 생활풍속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어숙묘의 석실로 출입하는 돌문에도 乙卯年於宿知述干(을묘년어숙지술간)의 명문이 확인된다. 신라 술간이라는 관직을 지낸 어숙이라는 인물의 무덤으로 595년 조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순흥벽화고분과 어숙묘가 위치한 비봉산 일대에는 수백여기의 삼국시대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2018년 정밀지표조사 결과 순흥 일원에만 천여기 이상의 고분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고분을 정비하고 탐방로를 개설하는 등 정비계획이 추진된다.

 

경북 영주시가 순흥 벽화고분에 대한 종합정비계획 용역 보고회를 열고 있다. 영주시 제공

 

영주시는 순흥벽화고분을 보존하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31일 시청 강당에서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 및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문화재위원 등 20여명이 참석한 보고회에서는 연구용역 수행기관인 (재)서라벌문화재구원 정해두 상임이사의 현황보고와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다. 순흥벽화고분 인근에 영주시립고분벽화박물관 건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산을 잘 보존 정비하고 활용해 영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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