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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아픈 손가락’ 둘째 아들 덕분에 되레 사랑 넘치는 가족

사랑으로 사는 가족 박정식·신희영 부부

  • 입력 2021.05.09 00:00
  • 기자명 박은솔 이채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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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초에 남편이 그러더군요.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너무 가식적인 거 아냐?’”


박정식(56)ㆍ신희영(51) 부부의 신혼 초 모습은 말 그대로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였다. 남편은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사위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살가운 척을 한다”고 생각했고, 아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모습”이라고 했다. 신씨는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시댁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남편이 조금씩 이해가 됐다.

 


“시어머니가 장사를 오래 하셨어요. 여자의 몸으로 장사를 하자면 아무래도 강골이 되실 수밖에 없으셨겠죠. 아버님은 무뚝뚝한 편이셨구요. 그런 모습만 보며 자라온 남편에겐 평범한 부부의 모습이 낯설었던 거죠.”


시댁은 대구 방천시장에서 알아주는 부잣집이었다. 쌀가게를 운영했다. 집안에 식모도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윤택했지만 한집에 산다는 말이 무색하게 각자 너무 바빴다. 여느 가정이 함께 누리는 가족으로서의 삶이 부족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 사이가 덤덤해졌다. 그것이 남편이 경험한 ‘가정’이었다.


“남편이 그래요. 결혼 후에 두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고요. 훌륭한 남편과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정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세상에 저렇게 살갑고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도 없을 거예요.”


첫째 딸이 태어난 후 부부는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위기의 시간이 찾아왔다. 아들이 발달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뜻밖의 통보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이 가족의 뿌리를 흔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들 덕분에 온 가족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딸은 “너무 아들 아들 한다”면서 불평하기도 하지만 동생과 관련된 일에서는 제일 먼저 팔을 걷고 나선다.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키우기 위해 가족이 의기투합했다. 보통 발달장애 3급이면 아무 고민 없이 특수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는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냈다.


“일반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성을 키우는데도 좋을 것 같았고요. 과감하게 도전했죠.”


가족의 헌신이 가장 중요했다. 동생 일이라고 하면 슈퍼‘아픈 손가락’ 둘째 아들 덕분에 되레 사랑 넘치는 가족우먼으로 변신하는 누나와 함께 남편의 역할이 컸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하던 일도 멈추고 곧장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한번은 학교에서 아들이 다쳤다는 연락이 왔다. 남편은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맡겨둔 채 집에서 옷가지등을 챙겨서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다시 작업현장으로 달려갔다. 아내 신씨는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는 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여느 아빠였다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를 맡겼을 텐데 그 번거로운 과정을 혼자서 다 처리했다”면서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야 낮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됐어요.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당연한 일’이라면서 쿨하게 대답하더군요. 제 남편이지만 정말 대단한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아들의 체중이 부쩍 불어서 남편이 ‘부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매일 퇴근 후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아들이 1kg 빠지는 사이 남편은 5kg가 넘게 빠졌다. 아들이 어릴 때 저체중으로 치료를 받아서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 된 까닭이다.


“아들이 2kg 체중감량하려면 남편은 10kg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괜찮다고 그래요.”
부부가 각각 성주와 왜관에서 보청기 지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아들 때문이다. 부부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시간이 보장되는 직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신씨의 친정에 보청기 가게를 하는 친척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다. 이 업계에 뛰어든 지는 20년이 넘는다. 남편은 보청기 지점 운영을 위해 건축소장 일을 접었다. 신씨는 “아들이 우리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연결시켜주었다”면서 “우리 가족은 말하자면 아들이라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태양계 같다”고 말했다.


“가정이란 돈과 행복, 건강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그릇에 금이 갑니다. 그 안에 아무리 많은 것을 담아도 사랑이 없으면 결국 텅 비기 마련입니다. 아들은 아픈 손가락이긴 하지만 아들이 우리 가족을 단단하게 뭉치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그저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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