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국일보 :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인물기고
대현동에서김숭열 사진이야기
김숭열(아트렙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  hankookdk@hankookilbo.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4.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김숭열(아트렙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

 

평소 사무실을 나서면 만나는 풍경이 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단층집들과 그 집들을 배경으로 그곳에 사시는 어르신이 대문 앞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다. 대구 북구의 칠성교에서 경대교 방향으로 가는 신천동로 옆에 자리 잡은 대현동 502번지 주변은 신천을 건너면 칠성시장이 있어 한국전쟁 후 피난민의 주거지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열평 남짓 적은 평수의 가옥들이 줄지어선 골목들은 2010년대 한차례 재개발이 되었고 남은 이곳도 현재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북적였던 이곳은 이젠 대부분 떠나버려 빈집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늘 골목을 지키고 있는 우리의 어르신들은 대현동의 역사가 되고 있다.


당신의 살아오신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조심스럽게 다가서면 그 옛날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가 가슴 속 응어리라 애써 입을 다물어 버리시는 모습을 보면 이 또한 우리의 사무친 역사이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그늘을 찾아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다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사이 대현동에서 10여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한 분씩 이사를 가시기도 하고 또 먼 길을 가시기도 하셨다.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어르신들의 이야기로 우리 동네의 역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근대역사 전문가이신 동양대학교 송호상교수의 자문을 받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우리동네 역사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해당 사업에 선정이 되어 시작할 무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몇 번의 ‘Stop’과 ‘Start’를 번복했던 시기, 기약없이 휴강이 계속되면서 수업이 재개되길 기다리며 안타까웠던 날들, 문화예술교육계 비대면 교육에 대한 대안이 미비했던 시간 속에 어르신들과 비대면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결말도 없는 회의를 마무리해야 했던 순간들을 지나쳐왔다. 하지만 수업 때마다 반겨주시고 열공하시는 어르신들 모습을 대할 때면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우러났다. 코로나19로 외출에 대한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한 방역조치로 갑갑한 마스크와 쉬는 시간마다 손 소독제 사용하기 등 강사 및 운영진과 어르신들의 협조로 다행히 대면 수업을 잘 마무리하였다.

 

   
 

대부분의 7, 80대의 어르신들은 청춘을 다 바쳐 나라와 가족의 발전을 위해 일한 결과 젊음을 잃어버리고 외로운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신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즉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바로 노인계층의 큰 강점이다. 삶의 월등한 경험 누적으로 어르신들의 인생 경험은 그 자체로 타인에게 훌륭한 삶의 교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근대의 역사는 큰 사건이 아니면 세월에 묻혀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소소하지만 동네의 지난 이야기들을 듣고 기록하여 자료로 남기는 일은 그 시대의 사회문화 즉, 일상을 역사로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에게는 무료함을 사진 촬영 체험으로 메워드리고 어르신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네의 역사를 정립해나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소소한 일상을 역사로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역사 전문가이신 동양대 송호상교수의 자문으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대현동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많은 도움을 주신 대현동 토박이이며, 신암초등학교 출신의 정제곤씨 일가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팔공산에서 주거지를 옮겨와 1930년대 대현동에서 터를 잡고 경북대학교 안에서 일상을 지냈던 정제곤씨 일가의 가족사는 대현동과 경북대학교 역사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정제곤씨 가족의 이야기만으로도 대현동의 역사는 풍성하게 완성되었다. 그리고 늘 옆에서 애써주시는 ‘수정헤어숍’ ‘남해식당’ ‘옛날손맛칼국수’ ‘소나무식당’의 사장님들, 그리고 신암초등학교 3회 졸업생이신 임명원옹, 동대구시장 상인회 회장님, 수업에 참여해주신 어르신들, 이 모든분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대현동의 역사를 만드는데 큰역할을 하였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대구시 북구 대현동의 아카이브에 빅데이터가 되어 대현동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의 길을 밝혀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숭열(아트렙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

김숭열(아트렙네모/대구사진치료연구소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관광도 즐기고, 우대금리도 받고...대구시 경북도 대구은행 협약
2
경운대, 국내 첫 시설물 변형·붕괴 모니터링 센서 개발
3
텔레그램 n번방 첫 개설자 '갓갓' 문형욱 징역 34년 선고
4
군위군 공무직 노조, "차별 철폐" 군청사 로비 점거농성
5
대통령 '백신 주사기 바꿔치기' 허위글 유포자 입건
6
대구도시철도공사, 국가고객만족도 13년 연속 1위 기록
7
'쓰레기산'에 수상한 화재 잇따라...'화인 불명' 속 의견 분분
8
칠곡서 AZ백신 접종 70대, 나흘 만에 숨져…인과성 미확인
9
대구에 세계 3번째 기후시계 설치 '지구온난화 빨간불'
10
김천산단 3단계 조성 일자리 5,000개 창출
신문사소개 | 구독안내 | 광고안내 | 독자정보서비스 | 기사구매문의 | 사업제휴안내 |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 | 이용약관 | 정정보도신청 | 채용안내 | 고충처리
대구시 북구 중앙대로106길 2, 3F, 4F | ☎ : 053-755-5881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대구,아0017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원
등록일자: 2015년 4월 16일 | 발행인: 유명상 | 편집인: 김광원
인터넷 대구한국일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Copyright © 2012 대구한국일보 :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nkookd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