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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우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싶다면

기고

  • 입력 2020.12.09 00:00
  • 기자명 김지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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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모두 행복의 기준을 마음에 품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 행복이란 단어를 까맣게 잊을 만큼 깊은 우울감이 찾아온다. 우울감은 그것에 걸려든 사람을 우리에게서 영영 데려가기도 한다. 우울의 우물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건져내야 하는 이유다.

여기 소중한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친구의 좋은 면을 곱씹어보면서 애정을 가득 담아 친구의 생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이안. 이안은 병원 침대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자신의 절친인 스톨이 왜 창밖으로 몸을 던졌는가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섬세한 성격을 가진 이안과 달리, 스톨은 본연의 자신과 만나고 싶은 열망을 가진 친구였다. 스톨은 누구에게든, 선생님 앞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자신뿐 아니라 친구들의 감정까지.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데는 학교가 도움이 되지 않아. 정말 사람들에게 좋지 않아”, “학교는 확실히 양날의 검이에요”, “자, 우리를 보세요! 저는 예전에 우리들이 거의 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가 기억나요. 우리는 수두 같은 병으로 쓰러지기 전날 기분이 이상하게 언짢을 때만 빼놓으면 모두 의욕과 흥미가 넘쳤어요”, “우리들은 거의 다 스스로 진짜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다음에 초등학교에 올라가지요. 그때쯤이면 우리 가운데 절반은 작다거나 뚱뚱하다거나 머리가 나쁘다거나 못생겼다고 심하게 괴롭힘을 받은 뒤예요.”

그 즈음되자 그런 아이들 가운데 한두 명이 씁쓸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아니면 가난하다거나”, “이상한 옷을 입는다거나”, “다른 반에 괴상한 누나가 있다거나.”

스톨은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지속하려고 했다. 그는 살아 있으면 더욱 완벽한 행복의 순간을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단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안은 스톨의 엉뚱한 상상이나 사건이 사실은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내 정신이 돌아온 스톨. 이안은 그에게 본연의 자아를 찾았든 찾지 못했든, 스톨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준다.

‘그래도 나는 스톨의 생애를 집으로 가져왔다. 아직 덜 끝냈기 때문이다. 아직 한두 쪽을 더 써야 한다.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스톨이 기운 차리고 일어나 앉아 스스로 종이를 넘길 수 있어야 더 즐겁게 읽을 테니까. 물론 그 전에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다. 스톨의 병원 생활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스톨의 생애’에서 전혀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스톨 이야기이다. 앞으로, 위로, 우리는 바로 그런 식으로 나아간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완벽하게 행복한 날’은 자살 충동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청소년다운 말투로 풀어낸다.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 속에 삶과 죽음의 문제, 남다른 가정환경,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 등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존재와 생명의 가치를 되새겨보고,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해준다.

최근 20대 여성 자살률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는 데에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일자리와 경제적 문제다. IMF는 지난 3월 남성과 비교해 사회 서비스 부문 직종 종사 비율이 높은 젊은 여성들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스톨의 삶을 파고든 이안처럼 ‘90년대생 여성’들의 삶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관심이 필요한 이들을 향한 방관과 침묵은 중립기어가 아니라 (이안에 따르면) 적극적 가해다. 꿈과 미래를 찾아 몸부림치는 치열한 젊음의 일상에 코로나라는 무거운 짐까지 더해진 이 세대에게 현실은 콘크리트만큼이나 두꺼운 껍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친구들아, 진정한 자신을 만나려는 치열한 싸움을 응원한다. 그대들이 무얼 하든, 어떻게 살아가든 그대들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지치지 말길, 주저하지 말길. 응원한다, 나의 친구들!

김지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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