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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시대의 글쓰기

이하석 칼럼 ‘대구문화, 이쯤에서’

  • 입력 2020.12.06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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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가을부터 연말에 이르는 기간은 신춘문예의 시기, 문청( 문학청년)들의 가슴앓이 시기다. ‘새봄’이란 단어의 매력은 늘 문청들을 설레게 한다. 신춘문예는 매년 정월 초하루의 일간신문을 장식하며, 당선 자는 한껏 고무되는 느낌을 받는다. 화려한 등단 제도다.

신춘문예는 한국의 문학 신인 등용문이다. 기실 그 연원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지 금도 신춘문예를 실시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꽤 있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신춘문예를 시작한 신문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문'이다. 1914년 12월 10일 자로 '신년 문예 모집'을 공지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925년 동아일보에서 시작된 신춘문예를 최초로 꼽는다. 동아 일보가 1925년 신춘문예를 시작할 때는 신년 초에 공고해서 그해 3월 당선자를 발표 했다. 신춘문예는 8·15광복 후 몇 해 중단되었다가 50년 서울신문에서 실시되었다.

그 뒤 대부분의 중앙지들과 지방의 일간지들도 잇달아 실시해왔다. 요즘의 신춘문예 는 일반적으로 12월 초에 마감하고, 다음 해 1월1일에 발표한다. 부문은 신문마다 조금 씩 다르지만 시, 시조, 단편소설, 동시, 동화, 희곡, 평론 등이다.

문예지 신인 등단 제도의 다양함과 독립출판 성행 등으로 꽤 바래긴 했으나, 신춘 문예의 유혹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오랜 전통으로 배출된 유수의 선배 문인들의 후광에다, 두둑한 상금과 신년 벽두 신문 1면의 주인공이 되는 것’ 은 확실히 특별히 유혹적이다. 그래서 유명 작가가 되는 관문 중 하나로 여전히 신춘 문예는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글쓰는 시간이 늘었다

코로나19로 대면 문화가 옅어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우울과 고독을 느끼 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일까, 글 쓰는 이들이 늘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전례 없 는 재앙을 겪으면서 겪는 심리적인 고통과 굴절의 경험을 글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작용했으리라. 그래서 그런가, 각 신문사들의 문화부에는 신춘문예에 대한 문의가 예 년보다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달 초 마감을 앞두고, 응모작들이 문화부 책상에 예년 보다 더 쌓이고 있다는 즐거운(?) 비명도 들린다.

물론 등단을 위한 절차로 신춘문예를 택하는 것이지만, 사실 등단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누구나 무료출판 플랫폼을 통해 출판할 수 있어서, 작품집을 통해 등단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sns 활동을 통해 문단에 얼굴을 알리는 신인들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순수문예지나, 신춘문예의 관문을 통해 등단하는 게 제도권 문학으로 진입하는 가 장 확실한 길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경쟁이 센 관문인 만큼, 성취감과 더불어 작가로서 롱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길로 꼽는 것이다.

작가의 본 모습은 혼자 쓰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작품들이 탄생한다. 코로나 재앙은 그런 면에서 뜻밖에도 우리를 새롭게 성찰하게 하고, 글 쓰는 시간을 만들어준 셈이다. 2020년은 특별한 경험을 인류에게 안겨 주었는데, 그런 고통의 각인을 작품을 통해 표현해내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곧 신춘문예는 마감된다. 그리고 심사 후 당선 소식이 전해진다. 12월은 문청들에게 그 소식을 향한 간절하고 애타는 기다림의 시기이기도 하다.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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