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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강타한 ‘일본은 훌륭하다’

발행인 칼럼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 입력 2018.10.30 00:00
  • 기자명 유명상 대구한국일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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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일본은 훌륭하다’ 붐(boom)이 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대중 매체를 통해 번진 붐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여기에 따끔한 충고를 던지는 책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제목이 ‘세계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는 일본인’입니다. 런던에 살고 저자(다니모토 마유미·43)씨는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인들의 특징과 과잉 친절을 놓고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인들은 일본인들을 존경하고 있다’는 표현이 TV 등에서 넘쳐나지만, 실제로는 해외에서 일본은 거액의 국가 부채와 저출산으로 유명할 뿐이고 ‘일본에 투자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고 일침을 놓은 후 “일본인들에게 객관적으로 장래를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니모토 마유미가 진정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자신의 조국을 혐오해서 쓴소리를 늘어놓은 것을 아닐 것입니다. 더 나은 일본을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익들은 공동체성과 자기 역사에 우호적입니다. 그러나 국수주의적 시각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극단적 우익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마유미씨는 일본 전체가 극우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보수주의를 깊이 탐구한 버크(Edmund Burke, 1729.1.12 ~ 1797.7.9)라는 인물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조국을 사랑하기 위해서도 조국은 사랑스러워야 한다."

일본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태도와 영토에 있어서는 결코 사랑스럽지 않습니다.10월은 일본의 부정적인 측면이 가장 많이 부각되는 달입니다. 10월25일은 고종황제가 1901년 ‘독도칙령’을 발표한 날입니다. 대구한국일보에서는 10년 전부터 10월 한 달만이라도 독도를 기억하고 우리의 하나된 마음을 보여주자는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평범한 일본인은 정치와 역사에 무관심합니다. 잘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위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민지 가해국으로서의 역사와 독도와 관련된 진실에 대한 태도는 여론을 리드해가는 사람들의 의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독도를 알아야 합니다. 역사적 진실을 바르게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마저 역사에 무지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한일, 나아가 아시아의 역사가 바로서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과 좋은 이웃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독도와 역사 문제에 더욱 확고한 지식과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좋은 친구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독도와 관련해 가장 따끔한 충고는 우리의 단합된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독도를 지키려는 의지가 약해지면 저들은 더 큰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미 그런 적이 있습니다.) 

일본과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처럼, 일본과 가까운 이웃으로 협력하며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미잘과 아네모네의 이야기가 하나의 교훈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말미잘은 바위에 붙어 있는 반(半)식물이지만 촉수로 물고기를 마비시켜 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바다의 폭군입니다. 아네모네는 말미잘의 촉수에 해를 입지 않고 말미잘 사이를 자유롭게 다닙니다. 둘도 없는 단짝입니다. 그 이유는 아네모네의 점액질에 있습니다. 점액질이 말미잘의 촉수를 무력화한다고 합니다. 상대의 나쁜 부분을 무력화할 수 있어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계속 상처를 입으면서 우정을 쌓을 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세계가 존경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워만 해서도 안 됩니다. 말미잘처럼 그들의 독이 든 촉수를 자를만한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의 강렬한 의지와 역사적 의식만이 일본의 독이 든 촉수를 짓뭉개고 아름다운 공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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