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서부시장’만의 감성 찾기 상인 주도 야시장 대박 채비

김종진 안동서부시장상인회 고문

  • 입력 2019.10.10 00:00
  • 수정 2020.11.18 11:40
  • 기자명 류수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밤중에 마차만 갖다 놓는다고 모두 같은 야시장은 아니죠.”

안동시는 지난달 20일 오후 6시부터 경북 안동시 태화동 서부시장 일대에 ‘낭만포차’라는 이름으로 야시장을 열었다. 기획과 진행을 모두 상인들이 맡았다. 서부시장 야시장 기획자 김종진(63) 안동서부시장상인회 고문은 “서부시장은 정기시가 열리지 않은 지 수십 년이 지난 곳이어서 이름만 시장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인 데다 유동인구 대부분 중장년층이라 활력이 많이 떨어지는 곳”이라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가장 필요한 지역 중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아이고 마, 됐심더.”

취지는 좋았지만 기획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상인들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지난해 청춘야시장을 열었다가 피를 본 까닭이었다. 안동시는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서부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2017년 12월부터 ‘청춘야시장’을 운영했다. 결과는 시쳇말로 폭망이었다.

“기존 상인들은 배제된 채 외부상인들이 들어왔어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많아 신선했지만 흡입력은 그만큼 떨어졌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하루 매출 2만원도 못 올리는 가게가 속출했습니다. 1년도 안 돼 야시장 문을 닫았어요.”

김 고문은 고객층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청춘야시장 실패의 첫 번째 요인이라고 했다.

“서부시장은 20~30대보다 7080세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압도적입니다. 나이대에 맞는 식품을 내놓아야 팔리죠.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는 두툼한 노트 한 권을 끄집어냈다. 청춘야시장을 분석한 자료였다. 거기에는 상인구성, 음식 종류, 전체적인 분위기 등 문제점을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사실 이 ‘실패 노트’ 덕분에 ‘낭만포차’의 기획이 완성될 수 있었다.

“낭만포차는 중장년층에 정조준해 특화한 기획입니다. 옛날 포장마차에서 팔던 고등어 꽁치 등 생선구이와 멍게회는 50~60대에게 제격입니다.”

서부시장의 역사만 봐도 그의 분석이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부시장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일장이 섰다. 매달 2, 7일이면 풍산 서후 북후 등지에서 농민들은 쌀이며 나물이며 가져와 팔았다. 시장에는 으레 포장마차가 줄지어 섰다. 1톤트럭 짐칸 크기의 손수레에 천막을 씌우고 형태였다. 상인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아이스 박스에서 고등어 등 생선을 끄집어내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냈다.

김 고문은 “서부시장을 시장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시 줄지어 섰던 포장마차와 메뉴, 어울려 앉아 마시던 술 한잔이 그리울 것”이라며 “그 감성을 되찾으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서부시장에 관해 설명할 땐 향토사학자, 주 고객층을 분석할 때는 경제학자처럼 날카로웠다.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설득시켰다. 이 대목에서 김 고문이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지자체 선거 때도 이만큼 부지런히 움직이진 않았던 것 같네요.”

안동에서 학교를 마친 그는 오랜 타지생활을 접고 2003년 안동에 식당을 열었고, 2012년부터 상인회장 등으로 활약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기초자치단체 의원에 여러 번 도전했다. 번번이 떨어졌다. 그는 “140표 차이로 낙선하기도 했는데 지금처럼 발품을 팔았다면 1400표 차이로 이겼을 것”이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김 고문의 말마따나 선거 때보다 더 열심히 움직인 덕에 올해 서부시장 야시장은 확 달라졌다. 스테이크꼬치 등 전형적인 푸드트럭의 메뉴나 탕후루 등 생소한 이름의 외국 음식보다 기성 세대에게 익숙한 음식을 주메뉴로 만들었다. 고객의 연령대에 맞추어 각설이 등의 공연단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서부시장 낭만포차는 밤이 깊도록 행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 주도의 야시장과 민 주도의 야시장은 분명히 다릅니다. 관은 시행 여부가 중요한 반면 상인들은 생계를 겁니다. 우여곡절이 없진 않지만, 민간 주도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 고문은 “활발했던 서부시장의 옛날 모습을 되찾고 싶다”며 “지역만의 특성을 부각해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