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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성’과 상추 이파리

김영국 교수의 속보이는 경제 (3)

  • 입력 2019.09.11 00:00
  • 기자명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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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교수는 산․학․군·관을 두루 거친 현장․이론 전문가로 ‘스마트팩토리’ 등 논문을 비롯 ‘4차산업혁명과 창업금융’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습니다. 여러 건의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했으며 현재 대구테크노파크 기업과제 평가위원장, 경북테크노파크 기업과제 평가위원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는 안보의 의존도가 높고, 중국에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악몽의 연속이다.

양국 간 협상의 핵심 쟁점 키워드를 우선순위별로 정리하면 8가지다. 환율과 미국상품 구매, 비관세 장벽과 강제 기술이전, 산업스파이와 지식재산권 절도, 국유기업 보조금과 협상 이행 감독 등이다. 양국은 쟁정을 놓고 한손에는 대립각, 다른 한손에는 타협각으로 강온전략을 번가르며 무역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이럴 때 만약 정부가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기업은 공격과 방어 중에서 또 미국과 중국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기업은 ‘전략적 모호성’의 심각한 선택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종종 약자의 전략적 모호성은 전략의 부재로 해석되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강자의 전략적 모호성과 약자의 선택

기업 비즈니스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강자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경우에 약자는 선택의 폭이 아주 좁아진다. 초조하고 급해진다. 반대로 약자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경우 강자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약육강식이 펼쳐지는 동물의 세계와 흡사하다.

수요와 공급, 선택과 집중, 공격과 방어, 대립과 타협 등 다양한 전략이 펼쳐지는 곳이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 전쟁이다. 이러한 글로벌 전쟁에서는 국익이라는 전제 아래 실리와 명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미국-북한-중국 상호 간의 관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종종 정치적 셈법도 동원돼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복잡해진다.

한국과 중국,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의 실효성에는 문제는 없는가? 꼼꼼히 챙겨볼 때다. 어느 날 대타협이 이뤄져 중국이 미국의 상품수입을 대폭적으로 늘이는 관리무역을 선택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주변국가의 산업생태계 지도는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 현 정부 들어 2년 새 30% 수준으로 오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헌법소원 위헌공방을 놓고 며칠 전에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전중협(전국 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이 헌법소원을 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와 토요타자동차

르노삼성차가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합쳐 312시간을 일 하지 않고 장기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에게 임금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르노삼성의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깨진 것이다. 같은 날, 이웃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비조합원 과장급 이상의 9,800명 관리직 직원들의 이번 여름보너스를 처음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토요타의 실적과 수익은 여전히 견실하다. 자율 주행차와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투자를 늘리기 위한 합심의 결과다. 구글과 아마존과의 경쟁구도에서 불과 몇 년 후의 생존전략에 대한 위기감을 노사가 공유한 것이다. 지난 3월 기준, 일본기업 최초로 연간 매출 30조를 달성한 도요타가 마른 수건 짜기를 한 셈이다. 같은 날 동시에 르노삼성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를 보니 참 씁쓸하다.

서너 평의 텃밭에 갑자기 내린 가랑비에도 부추와 상추 이파리가 참 행복해하고 넉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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