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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예술가로 살아남기)

김숭열 사진이야기

  • 입력 2020.05.13 00:00
  • 수정 2020.11.17 13:57
  • 기자명 김숭열(대구사진영상연구원/대구사진놀이치료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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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위협 받을 때면 삶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시간이 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던 때와는 다르다. 자원이 부족하고, 두려움도 남는다. 그렇게 다들 한껏 몸을 움츠리고 이겨내려 노력한 지도 벌써 두어 달이 지났다.

식자재 구매 등을 위한 최소한의 외출만을 허용하는 쿼런틴(Quarantine, 자가격리)이 전 세계적으로 강하게 실시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육체적인 접촉이 필요 없는 디지털 소통 기술을 누구나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룹 화상통화 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SNS를 통해 활발하게 자신의 소식을 알린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다들 힘내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SNS가 오롯이 긍정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인 것 같다. 세계적인 실내 레저시설 체인인 ‘스카이존(SkyZone)’은 이번에 온라인 생일파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룹 화상통화 앱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스카이존의 스탭이 함께 입장해 모두가 어색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등을 진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돕는 것이다. 어떻게든 소속감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아름답다.

예술계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럿이 모일수록 급격하게 위험해지니, 기본적으로 대중(大衆)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예술계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계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간 공연과 전시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문을 닫은 영화관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무관중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등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위기 극복에 특별히 도움이 되지는 않고 있다. 비록 업계는 맥을 못 추고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출근도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거나 즐겨 봤던 TV프로를 다시 찾아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얻는다. 예술은 가장 효율적으로 현실의 아픔을 가려줄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예술가는 우리 주변에 있다. 고정 수입이 없는 예술인들의 어려움은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매년 문화예술분야의 모든 지원 사업은 11월이면 그의 마무리를 하고 12월부터 다음연도 지원 사업을 준비한다. 그렇게 보면 전년도12월부터 4, 5월까지 수입이 0원이 된다. 참으로 답답하다. 이런 시기에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아니 견디는 것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다. 자유로운 일상을 추구하는 욕구는 가장 평범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비상상황인 만큼 삶이 언제나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 찰나의 미소를 찾아내고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본능이다. 나는 무엇을 포기했는가? 또, 그럼에도 어디에서 희망과 긍정을 찾아냈나? 지금껏 내가 갖춰왔던 평화로운 균형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라도 삼기 위해 애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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