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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뚜껑 가마솥밥의 비밀

한의사 이승렬의 생활동의보감

  • 입력 2020.05.13 00:00
  • 수정 2020.11.17 13:50
  • 기자명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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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고 이는 곧 한국인은 밥 없이는 못산다는 뜻이다. 밥심은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하얀 쌀밥이 아니라 현미밥이다.

현미에는 단지 전분 덩어리에 불과한 하얀 쌀밥인 백미와 달리 우리들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각종 영양소와 효소 섬유질이 가득한 쌀눈과속껍질이 온전히 포함되어 있다. 쌀을 잡곡과는 달리 ‘1급곡물’이라고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현미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인데, 현미밥을 일상적인 주식으로 삼는 가정은 거의 없다. 또 식당에서도 하얀 백미밥을 스테인레스 공기에 담아 내놓는 경우가대부분이다. 간혹 건강을 생각한다는 한식집에서도 백미밥의 변종에 불과한 흑미밥이나 잡곡 섞은 백미밥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미밥은 ‘먹고 나서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상대적으로 맛이 없다’ 등의 이유로 기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실제로 제대로 된 현미밥은 백미밥보다 훨씬 맛이 좋고 소화도 비교적 잘된다. 쌀이 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되는 그런 곡물이었다면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최고의 곡물로 꼽아 주식으로 삼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앞에서 말하는 그런 현미밥 기피사유들은 현미밥을 제대로 짓는 요령을 미처 몰라서 하는 말이라 보면 된다.

이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어떤 도구로 밥짓기를 해왔는지 되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무쇠뚜껑 가마솥밥이다. 누룽지와 식후 숭늉문화도 다 그런 무쇠가마솥밥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가 원래부터 먹던 쌀, 즉 현미로 제대로 밥을 지으려면 백미보다 훨씬 많은 충분한 밥물과 고압고온이 필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설익게 되어 소화도 잘 안되고 입안에서 불편한 맛없는 밥이 되고 만다.

필자는 어린 시절 시골 고향마을에서 무거운 무쇠뚜껑으로 눌러서 고압의 환경을만들고 산에서 나무해온 장작 화덕으로 화력을 높인 무쇠가마솥밥의 황홀한 밥맛, 그리고 구수한 누룽지로 만든 숭늉의 기막힌 맛을 기억하고 있다. 흔히 냄비밥이 맛있다하는데 이것은 백미로 밥을 짓는 경우이고 현미로는 절대로 맛있는 냄비밥을 만들 수없다. 이것이 백미와 현미의 크나큰 차이점이다.

요즘은 이런 무쇠가마솥을 가정에서 찾아보기도 힘들고, 설령 가지고 있어도 가스불에 주로 의존하는 대부분 가정의 주방 여건상 제대로 된 현미밥을 만들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과거에는 코끼리표 일본전기밥솥이 주부들에게 인기였지만 지금은 한국의 모 전기압력밥솥이 세계 최고의 인기다. 이 전기밥솥은 현미코스가 별도로 셋팅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제작회사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반복하여 현미밥을 지어보고 가장 맛있는 현미밥이 완성될 수 있도록 밥물의 양과 온도, 압력, 시간 등을 자동화 설정해놓은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현미밥은 쌀눈이 잘 익어 튀어나와 마치 좁쌀밥처럼 씹어지는 것이 제대로 지은 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 소화가 안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면 처음에는 찹쌀현미를1/3정도 섞어서 지어도 좋다. 이제는 가족 모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피해야할 ‘삼백(三白)’ 중의 하나인 백미밥 대신에 현미밥으로 밥부터 먼저 바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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