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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에 내버려진 예술인들

이하석 칼럼 ‘대구문화, 이쯤에서’

  • 입력 2020.05.04 00:00
  • 기자명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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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의 질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반작용일까? 온라인을 통한문학 작품 발표, 예술작품의 공연 및 연주들이 잇따른다.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자세를 가누면서 새롭게 자신과 예술의 설 자리를 성찰하기 시작한 것일까?

코로나19 사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생태계를 대책 없이 올스톱시켜버렸다는 점에서 무섭다. ‘대책 없이’ 사회·경제적인 활동이 중지되고, 사람 간의 소통이 끊긴다. 무한 공포 앞에서 이 사태를 우리 사회적·생태적 결함이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색하다. 결정적인 위기의식 앞에서 전망은 ‘다만 어두울 뿐’이다. 하루 빨리 이 위기를 벗어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외치지만, 그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게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이 태풍 속에 든 양 혼란을 겪는다. 국가니, 산업이니 하는 거대 담론보다 당장 마스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손 씻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작은 일들이 훨씬 더 사회구조적으로 중요한 일임을 깨닫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지는 느낌이다. 작금 쏟아져 나오는 예술가들의 반응에, 다만 질문하고, 안간힘하며 바이러스를 미워하는 마음이 더 드러나는 듯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위는 장벽과 분열의 시대에 새로운 소통과 연대를 도모하는 안간힘으로 봐줘야 할 것이다.

새로운 소통을 도모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든 이들을 적으로 만들어버렸다. ‘부모든 애인이든’ 서로 경계한다. 서로는 마스크를 쓴 채 보아야 한다. 당연히 모여서 하는 일들이 금지된다. 사회 전체가 문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예술계도 ‘홀로’에 갇혀버렸다. 3월 대구지역 공연계 매출액이 제로(0)로 나타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1백50여 공연시설들이 있는 대구지역에서 단 한 건의 공연도 열리지 않았다. 공연 수입으로 생활하던 삶이 막막해져버렸다. 연극공연장(극장)들은 단원들의 월급은 차치하고 당장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문화예술 종사자들도 똑같은 처지다. 이에 일부 문화단체들은 지역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뒤늦게’ 마련, 공연이 연기되었더라도 출연료의 70%를 선 지급하고, 이미 확정된 기획공연은 이 사태가 풀리면 예정대로 열기로 하겠단다. 문체부 차원의 지원들도 시행되고 있다. 예술인들을 위한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 창작기금 지원, 코로나 19 공연예술단체 피해 보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근 지원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을 해온 예술인들에겐 임시방편일 뿐이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예술인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소통이라도 도모해서, 더욱 ‘실감난 만남’을 시도하는 끈질긴 자생력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는 예술가들의 이런 긍정성과 낙관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이번 재난을 경험 삼아, 언제 올지 모를 또 다른 재난을 대비하여, 예술인들을 근본적으로 거둘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체계를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4월에 치른 선거의 비례 정당추천인들 가운데 문화예술인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기막힌 예술가 패싱에 대한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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