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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너머의 정보

김숭열 사진이야기

  • 입력 2018.09.03 00:00
  • 수정 2020.11.17 11:03
  • 기자명 김숭열(대구사진영상연구원/대구사진놀이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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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사진발명 초창기 사진으로 1857년 스웨덴, 오스카 구스타보 레일란더의 작품 ‘인생의 두 갈래 길’이다. 이처럼 초기의 사진은 회화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사진을 고전 미술의 계보를 잇는 훌륭한 표현수단의 하나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작가들은 나름의 창의력을 발휘해 인화 후 수정 혹은 합성인화를 시도했으며, 주로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인위적 변형을 가하지 않은 순수한 사진(straight photo)이 사진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렌즈의 기능과 선명한 초점을 그대로 살린 사진들을 통해 사진에 잠재돼 있던 완벽에 가까운 재현성(再現性)이 드러났다. 회화계는 사진의 묘사력을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외적 사실주의의 영역을 고스란히 사진에게 내주었다. 사진으로 표현되는 강력한 현실감은 이때부터 제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사진은 중요한 신뢰감을 획득했다. 충격적일 만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사진이 대중에게 ‘사진 속의 장면은 실재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심어준 것이다. 동시에 언론 기능의 활성화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기록사진(documentary photo)과 보도사진(photo journalism)처럼 사진의 기록성(記錄性)에 기반을 둔 영역이 크게 발달하였다. 

케빈 카터(Kevin Carter, 1960~1994)의 사진 <독수리와 소녀>는 1993년 처음 뉴욕타임즈에 기고되자마자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프리카 빈민 구호를 위한 모금 단체들은 앞다투어 포스터나 전단을 통해 이 사진을 뿌려댔고, 많은 사람들이 수단을 돕는 인도주의 단체라면 가리지 않고 돈을 보내왔다. 작가 개인의 비극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할 필요가 있지만, 강력한 보도사진이 얼마나 큰 여파를 일으키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사진에 대한 의심 없는 신뢰는 대중들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무의식 깊은 곳까지 자리해갔다. 

우리가 신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의 70%는 시각적 자극에 의존한 것이다. 가장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통로인 셈이다. 당시의 뉴욕타임즈가 <독수리와 소녀> 사진을 기재하는 대신 “아프리카에서 200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는 광고문을 수년에 걸쳐 내보냈다고 생각해보자. 

수많은 텍스트 속에서 이 문장을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읽는다고 해도 그 정보는 사진을 봤을 때만큼 큰 충격을 주지 못한다. 시각적인 정보는 다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즉각적이며 함축적이다. 지금 거의 모든 광고가 시각 정보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 정보 중에서도 사진은 깊이 뿌리내린 신뢰를 기반 삼아 순도 높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해내고 있다. 

 

참고 - 김욱현, 이미선 , 손진우 , 설계자동화실. 
"신경회로망과 시각정보처리." 전자통신동향분석, (1993): 6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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