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적십자병원이 경북 영주지역 종합병원 역할을 기대하며 오랜 진통 끝에 지난 6월 진료를 시작했지만 예상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개원 후 5년간 예상적자규모는 97억 원으로, 2년 전 전망치 35억원의 2.8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영주시 등에 따르면 개원 후 5년간 적자는 개원 1년차 43억원, 2년차 19억원 등 5년간 97억 원에 달한다. 영주시는 병원 유치과정에 제정한 조례에 따라 적자의 절반인 48억 원 가량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주시는 올 연말까지 예상되는 적자 43억 원의 절반 가량인 21억7,200만 원을 적십자병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출연동의안을 영주시의회에 최근 제출했다.

영주시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서윤(민주ㆍ비례) 의원은 8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연말까지 예상적자 43억 원 중 8월까지는 실제 집행분을, 나머지 4개월은 추산인데 지나치게 많다”며 “기간별 적자는 5월까지 준비기간에는 1억9,700만 원, 개원 후 8월까지 석 달간 3억7,000만 원인데 9~12월 넉 달간 예상적자가 13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원 후 월평균 1억3,000만원이 되지 않던 적자가 이후 넉 달간 월평균 3억2,5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영주시는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적정성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해 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적십자사는 2016년 6월 영주적십자병원 개설 운영 효율화 방안 용역 보고서를 통해 개원 후 5년간 적자를 35억 원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영주시가 대한적십자사의 적자 산출내용을 꼼꼼히 따져 혈세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 의원은 “자칫 병원 경영상태에 따라 적자가 수정치 보다 더 늘지도 모르며, 이는 영주시 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으로 내년 예산안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지원예산 977억 원을 편성한 만큼 영주적십자병원에 대한 지원을 더 끌어낼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주적십자병원이 무늬만 종합병원이라는 여론도 많다. 한 주민은 “명색이 종합병원인데 개원 초기엔 외과전문의도 없고, 다른 병원에 다 있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영주적십자병원은 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국비 480억원, 시비 28억원 등 508억 원을 들여 보건복지부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으로 2015년 9월 착공해 지난 7월 정식 개원했다. 2010년 대구적십자병원 폐원 후 이듬해부터 유치운동이 시작된 지 7년 만이다. 실제 진료는 6월부터 시작했다. 10월 현재 9개과 119개 병상, 107명의 직원이 재직 중이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