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달라져야 물이 바뀐다!

이태관의 재미있는 물 이야기

2014-09-12     이태관
 

녹조현상이나 수질오염의 원인을 두고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때문이야’라며 혀
를 찬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일어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생태계 파괴는 너와 나, 우리의 잘못으로 일어난 인재(人災)이다. 농민, 어민 그리고 도시민들이 먼저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 탓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화학세제 대신 EM세제를
물속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 소모량(BOD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높을수록 유기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오염된 물이다. 이 BOD를 없애거나 낮추는 일은 우리가 실천해야 할 우리의 몫이다. 당신은 가정에서 어떤 세제를 쓰고 있는가? 화학성분으로 만든 세제, 샴푸, 비누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화학세제에는 물과 기름의 경계면을 활성화시키는 화학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데, 이는 석유 원유, 휘발유, 등유 등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나온 찌꺼기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하천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이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등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을 복합 배양해 만든 EM(유용 미생물군) 세제는 친환경 제품이다. EM은 본래 일본 류쿠대학의 히가 테루오 농학부 교수가 화학비료로 인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새로운 농법을 연구하던 중 개발한 것이라 한다. EM을 쓰는 등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녹조의 이상번식 현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농어촌의 자발적 의식변화가 먼저다
농촌에서도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 비료 안에 들어있는 인이야말로 녹조의 이상증식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요즘 지자체에서는 가축분뇨를 재처리한 유기비료를 농촌에 무료 배포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골에서는 이 비료들을 밭두렁, 논두렁에 무더기로 쌓아놓고 있다. 비라도 오게 되면 그대로 땅속으로 스며들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오염물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방치해두어서는 곤란하다.
어촌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조현상으로 피해를 본다며 정부만 탓할 게 아니다. 대규모 양식 지역에서는 유기물과 무기물 등의 대량 폐기물로 이한 부영양화와 산성화, 무산소 저질(底質)의 형성, 그리고적조 발생 등과 같은 심각한 수질 오염 현상이 나타난다. 어민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수질 오염에 민감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수질에 가장 직접적인 오염을 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임을 깨닫고 건강한 수환경 조성을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 물고기들이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으려고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사료를 물속에 붓고 있다는 말이겠는가.

환경오염은 ‘우리’의 책임
장난감을 잔뜩 어질러놓은 아이에게 엄마는 대개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니? 어서 장난감 정리 못 해?”라고 야단을 친다. 마찬가지로 환경을 오염시킨 사람은 우리 모두인데 책임은 정부에만 있다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물론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작업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돌리고 오염된 환경을 되살리라고 비난을 쏟아 붓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공은 찬 사람이 줍는 게 마땅하다. 우리 모두 수 생태계를 교란시킨 가해자임을 인식하고 반성하자. 그리고 도랑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우리 개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모인다면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자연환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계명대학교 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