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동지섣달 사진첩

2014-12-04     김광원기자
 

하루 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 몸을 누이고, 한해가 저물면 그 길을 돌아본다. 돌아보는 길은 늘 마음 추스르게 한다. 12월이다. 또 한해가 한 잎 남은 잎새처럼 나부낀다.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오지 말았으면 싶은 한해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잠시도 아까워 보낼 수 없는 한해였을 것이다.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특별할 것도 그냥 지나쳐버릴 것도 아니면서 보내기 아쉬운 한해였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남긴 트라우마는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 있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다짐했으나,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그새 잊어버렸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계속돼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야 한다. 그래서 2014년을 보내는 우리의 마음은 어느 세밑보다 착잡할지도 모른다.
착잡해지고 흩어지려는 세밑 마음을 따뜻이 모아 데워줄 이야기를 동지섣달 사진첩에서 꺼낸다. 도회 생활과 아파트 생활로 멀어졌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찬바람 불면 문풍지를 새로 바르고, 김장을 담그고, 메주를 쒀 매달고, 짚가리만한 장작더미 대신 헛간에 연탄을 가득 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겨울 채비를 다 하고나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은 부자가 된 듯, 겨울을 다 난 듯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그렇게 겨울을 채비하는 현장을 찾아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이야기로 우리도 부자가 된 듯, 겨울을 다 난 듯 부러울 게 없었으면 좋겠다. 모닥불에 뺨과 엉덩짝이 익듯 마음 따뜻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