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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무성 황무지 35년 만에 상암축구장 70배 수련원으로

이주환 국민청소년수련마을 원장

  • 입력 2019.08.23 00:00
  • 기자명 김성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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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건천인터체인지(IC)에서 28번 국도와 지방도(문복로)를 따라 1시간 가량을 달리면 거대한 청소년수련시설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캠핑장과 콘도형 숙소, 짚라인, 카누 등의 다양한 레저 체험 시설을 갖춘 수련시설이다. 

이주환(75) 국민청소년수련마을 원장에게 이 수련시설은 일생의 업적이나 다름없다. 그는 “국민 행복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거창한 명분으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잡풀만 무성했던 황무지가 35년의 세월을 거쳐 종합수련원으로 재탄생된 배경은 그랬다. 

1984년 당시, 그동안 모았던 돈을 탈탈 털어 13만2,000㎡의 황무지를 매입했습니다. 11년만인 1995년 5월5일 어린이날에 정식 개장했습니다. 이후로 돈이 생길 때마다 추가로 부지를 확보, 지금 수련마을 부지는 50만㎡(상암축구경기장의 약 70배)에 달합니다.” 

지금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지만 수련원의 탄생까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수련원을 설립하겠다고 나서자 주변에선 모두 ‘미친 짓’이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하지만 태권도 9단의 무도인으로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길터주기에 나서야 한다는 이 원장의 다짐을 꺾을 순 없었다.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길러줄 수 있는 산 교육장을 태권도 발상지인 경주에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수련원 뒤편엔 신라의 화랑과 김유신 장군의 얼이 깃든 것으로 알려진 단석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라 화랑이 심신을 수련하던 곳이라 청소년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청소년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국민계몽운동의 영향도 컸다. 이 원장이 농촌청소년계몽운동에서부터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게 된 청소년을 위한 재건중학교 창설, 울산청소년선도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청소년 교육활동에 몰두했다. 이 원장의 특기는 밑천으로 활용됐다. 그는 지방에 연 태권도장에서 7,400여명의 유단자를 길러냈고, 그때 모은 돈으로 수련원까지 설립했다.

청소년수련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그는 때때로 사회적인 편견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툭 하면 터지는 청소년 관련 시설 사건 사고 때문에 멀쩡한 시설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정부도 무슨 일이 생기면 사후약방문식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인센티브 제공 등 적극적인 육성책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는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매일 1만보 이상 걸으면서 수련마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청소년수련이란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입장객 중 청소년 비율을 60% 이상으로 유지한다. 

그는 남은 인생도 청소년들을 위해 보낼 작정이라고 했다. 

“내일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생을 다 바치겠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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