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누구보다 바론이 탄생 반긴 라온이 이름처럼 늘 즐겁고 바르게 자라렴!

라온·바론 스토리❶

  • 입력 2020.10.20 00:00
  • 수정 2020.11.13 17:27
  • 기자명 심지훈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통 밥] 바론이 유모차·라온이 다기

바론이 유모차

내달(8월) 23일 세상 소풍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둘째 바론이 유모차를 며칠 전 샀다. 그 유명하다는 스토케 유모차다. 근데 단돈 3만원 주고 샀다. 내가 애용하는 중고거래사이트 ‘당근마켓’에서 샀다. 스토케 신형은 150~160만원대다. 유형별로 다르지만 어떤 것은 6시리즈까지 나왔다. 4, 5시리즈는 상태에 따라 당 근마켓에서 80~90만원을 호가한다. 못해도 30만원대다. 우리가 산 것은 1시리즈다. 이런 건 아마도 웬만해선 사서 쓸 부모가 없을 것이다. 너무 구형이란 이유로. 근데 우리는 샀다.

이 지점이 집사람과 내가 ‘대법원 재판부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 유별나게 같은 판단을 잘 내리는 곳이다. 부부일심동체라는 옛말이 통하는 곳이 있긴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참 금슬 좋은 부부라 할 만하다.(ㅎㅎ)

아내는 여자치고 명품에 관심이 좀체 없다. 나는 남자치고 차에 관심이 좀체 없다. 남녀가 대체로 선호하고 애호하는 명품백과 자동차를 두고 우리 부부 사이 욕망을 따지자면 아내가 조금 더 강할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차는 네 바퀴로 굴러가면 다라는 생각을 가진 남성계의 별종이다. 아내는 갖고는 싶지만 여러 현실을 감안해 그 욕망을 섣불리 발현하지 않는 쪽이라고 나는 파악하고 있다.(ㅎㅎ)

또 아내와 나는 우리 아들이 아무리 귀하고 예뻐도 “스토케 신형을 사야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질문 앞에 단호하게 “그건 아니다”고 합창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들이다. 몇 번이나 탄다고 무턱대고 새것이고 고가의 것을 산단 말인가. 내가 중고마켓에서 30만원대 깨끗한 4시리즈 정도를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하자, 그것도 아내는 비싸다고 했다. 참 아름다운 답변이었다.(ㅎㅎ)  

그러다 3만원에 올라온 1시리즈를 보고 둘 다 혹했다. 주저 않고 구입을 결정했다. 단 판매자에게 실물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것을 요청했다. 오래된 물건이면 천 색이 바랬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물을 보니 연 식에 비해 깨끗했다. 차의 본질이 굴러가는 것이듯 유모차도 잘 굴러가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겠다. 핸들링 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빠는 너의 얼굴 중에서도 눈을 제일 먼저 보았다. 그때 아빠는 ‘아, 내가 아빠 준비를 엉뚱하게 하려 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아들아, 너는 너인 채로, 하나의 생명인 너인 채로 너무나 강인하게, 건강하게 잘 태어났단다. 하마터면 사랑이란 명분 아래 아빠의 훈수가, 오로지 너의 생으로 가득차야 할 것을 가두고 묶고 절개할 뻔했다는 것에 너무 너무 미안했단다. … 아들아, 네 삶을 네 것인 채로 즐겨라. 아빠는 그냥 묵묵히 응원만 할 거다. 네가 이 땅에, 아빠와 엄마의 자식으로 나와 준 것만으로도 효도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심라온, 넌 너인 채로 즐겁게! 라온은 ‘즐겁다’는 순우리말이란다. 이 말은 아빠가 기자가 되 어 길어 올려 세상에 퍼뜨린 두 단어 중 하나란다. 다른 하나는 ‘경면주사’란다. (출처: 『심지훈 살이집-보통글밥』, 아들과 1박 2일~, pp66, 69)
 

바론이 유모차를 사고 보니 라온이한테 무척 미안했다. 라온이가 태어나고 아내 직장 동료가 “유모차는 직접 써봐야 좋은 걸 안다”며 자기 아들 타던 것을 줬고,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그것을 갖고 라온이를 지금껏 키웠다. 이 유모차에 라온이를 태우고 거리로 나가면 짱짱한 스토케 유모차와 나란히 가거나 마주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새것을 사주자고 했지만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헌데 단돈 3만원 주고 교체한 유모 차를 먼저 시승한 라온이가 빵긋빵긋 웃으며 몸을 신나게 흔드는 모습을 보니 부모들이 왜 “어이구 내 새끼”하며 좋은 것만 사주려는 것인지 이해가 가긴 갔다. 이해는 이해고, 그래도 부모가 중심을 잘 잡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에선 이웃이 쓰던 유모차로도 라온이 를 건강하게 잘 키운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라온이 다기

나는 타는 차에는 관심이 없지만, 마시는 차에는 관심이 많다. 얼마 전부터는 보이차에서 녹차, 홍차, 꽃차로 관심사를 넓혔다. 그 와중에 저렴하게 나온 차와 다기를 사 모았다. 물론 중고마켓에서 샀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 분야에서 트렌디한 덕을 톡톡히 보는 쪽이다. 고려·조선 1,000년 동안 차 강국이었던 이 나라는 역사의 부침으로 차를 즐길 시간이 없었던 시간을 지나왔다. 이건 팩트다. 본격적으로 먹고 살만한 시대에 이르러, 88올림픽을 그 기점으로 해도 불과 30여년 만에 차를 저 멀리 차버리고 커피를 일상다반사로 여기고 있다. 이건 현상이다. 나에게는 덕이나 한편으로 우리 국민들이 참 기괴하다 싶다.

중고마켓에서 유통기한이 1년 남짓인 녹차(잎차)는 2천원에 팔린다. 그래도 나 같은 차 애호가가 아니면 잘 안 사간다. 중국에서 들어온 잎차는 8천원 정도에 거래된 다. 이에 비해 턱도 없는 보이생차는 기본 3만5,000원에 거래된다. 마셔도 큰 탈이 없는 차는 저렴하게 거래되고, 마셔서 몸을 망칠 수도 있는 짝퉁 보이차는 이 세계에서 명품(?) 취급을 받는다. 참 요지경 세상이다. 중고마켓에서 브랜드만 믿고 산 보이차는 거개가 버려야 할 것들이다.

한편 집집마다 다기 하나 없는 집은 없는 듯싶다. 유명작가가 만든 5인 다기도 기 껏 5만원에 팔린다. 평균 8천원~1만원에 거래가 성사된다. 엊그제는 라온이 다기를 하나 샀다. 포장도 안 뜯긴 새것이다. 가격은 8천원. 구성품은 잔 6개, 차호 2개다. 잔은 자그마한 것이고, 차호는 차를 우리는 것과 따라 먹는 것이다. 각각 용무늬로 장 식돼 있다.

라온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다구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아빠 시늉하며 차를 우 리고, 따르고, 마시는 놀이에 익숙하다. 그 놀이는 이제 아빠에게 진짜 차를 따라주고, 심지어 맥주를 따라주고, 소주를 따라주는 효도로 발전했다. 다도의 힘이다.(ㅎㅎ) 형 라온이가 동생 바론이에게 다도를 가르치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나는 아이들 에게 독특하고, 유별난 문화를 심어주고 싶다. 작고하신 아버지가 내게 하신 것처럼. /심보통 2020.7.8

[보통 밥] 아내가 있는 삶

한때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손학규 씨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책을 내고 그것을 자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반짝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다. 사실 강퍅한 현대인들 에게 이 구호가 먹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들 까다롭고 제 고집대로 살아가면서도 범사에 감사함을 못 느끼는 현대인들이 많다는 것은 현대인의 속성이 욕심덩어리, 욕망덩어리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단출한 넉 자가 알려주듯 인생이란 결국 공이요 덧없 는 것임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게 부족한 것, 모자란 것, 허허로운 것은 늘 아쉬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이 서민의 비쩍 마른 가슴골로 일시에 강하게 흘러내렸음은 능히 짐작할 만하다. 하나 그렇기 때문에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기르는 것이 우리네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인데, 이를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 사회로서는 여간 아프고 쓰린 현실 반영이 아닐 수 없다.

하나 이런 마음과 자세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졌던 가장 커다란 것을 내려놓고 잃어봐야 그때가 얼마나 복되고 보람되고 감사한지를 겨우 알게 되는 것도 엄연한 삶의 이치. 무탈한 자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무턱대고 채찍을 가할 수만도 없는 이유다. 하여 부처님은 “삶은 고(苦)”라고 읊조렸는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첫 직장을 박차고 나와 3년의 야인생활을 그치면서 ‘그때’의 감사함과 앞으로의 감사할 일을 정말이지 가슴으로 모두 품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아내가 차려 준 소박한 아침상 앞에서 문득 ‘아내가 있는 삶’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마음 먹은 것도 첫 직장의 짐을 내려놓지 않았더라면, 춥고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어느 때 보다 막강한 전투력을 지녔던 3년의 삭풍 시절이 없었다면 절대 하지도, 할 수도 없 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 20일 아내가 돌아왔다. 둘째아이 출산·육아휴직에 들어간 것이다. 나는 결혼 하면서 아내에게 약속한 것이 딱 세 가지였다. 바쁜 아침시간 구태여 밥상 차리려 하지 말고 점심시간에 남편 밥 챙기러 집에 오는 일은 수고로이 하지 말 것, 회식도 회 사생활의 연장이니 사전에 일러주고 적극 참여할 것 그리고 당신 퇴근 전 내 먹은 것은 내가 알아서 설거지해 놓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약속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아내는 그동안 점심 약속이 펑크 나면 남편 찬스를 곧잘 활용했고, 회식의 자유를 보장해 주니 밤 11시에 돌아오는 기행(‘만행’으로 쓸 뻔!)을 일삼다 혼쭐이 몇 번 난 적 이 있고, 어쩌다 한 번 설거짓거리 중 일부를 빠뜨렸다고 타박을 하다 또 몇 번 혼구 녕난 적이 있다.

나는 그때마다 마흔둘 인생에 이렇다 할 굴곡 한 번 없던 아내가 한편으로는 측은 했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남편의 도리(道理)를 저리도 업신여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 마음이 동시에 동했던 것이다. 해도 6년째 삐꺽거리는 지점을 이첨저 첨 잡아내고 잡아오면서 그럭저럭 ‘우리들 삶’의 모양새를 완성해 가고 있다. 전도유 망한 삶인 것이다.

라온이를 낳고 복직 2년 4개월 만에 다시 집으로 온전히 돌아온 아내 덕분에 요즘은 끼니 걱정은 덜었다. 아내가 있으면 아침은 물론 저녁이 있는 삶은 그저 되는 거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낀다. 아내가 옆에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하다. 감사한 요즘이다. 바론이의 순산을 빈다. 파이팅이오. 부인♥. /심보통 2020.7.29.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