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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zero 축제’로 한 걸음 더

[현장에서] 2019 대구치맥페스티벌

  • 입력 2020.08.06 00:00
  • 기자명 박선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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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더위 날리는 데는 역시 치맥이었다. ‘대프리카’ 대구에서, 그것도 연중 가장 더운 중복·대서를 낀 지난 7월 17~21일 두류공원 일원.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열렸다.

2013년 처음 연 이래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치맥 손님’을 맞아들이며 ‘대구지역 대표 여름축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유망축제’가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치맥 인파’가 몰려 40여 개 치킨업체와 11개 맥주 브랜드 등 130여 개 업체 250여 개 부스마다 손님으로 넘쳤다. 말 그대로 잔칫집. SNS에는 ‘대구는 치느님의 성지’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을 본딴 축제가 다른 지역에서도 열리고 있다.

1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친환경 컵

가수 다비치가 무대를 연 17일 축하공연은 다음 날 마미손 등으로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1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친환경 위생 컵을 전면 사용했고 텀블러 모양의 다회용 맥주 컵을 판매했다. ‘친환경 축제’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얼음물에 발 담그고 에어컨 바람을 맞아가며 치맥을 즐길 수 있는 치맥아이스펍이나 예약제로 운영해 일찍 완판된 유료 식음존 이용자들은 부러움을 샀다. 태풍 다나스에 대비하기 위해 20일 하루 축제를 취소했다.

축제의 본 얼굴은 첫 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다. 축제의 즐거움과 화려함 뒤에 여전히 아쉬운 대목은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짧은 기간 한꺼번에 모여 즐기는 행사에서 교통 불편과 쓰레기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시민의식을 돌아보게 하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사 마감 시간이 밤 11시로 연장되면서 늦은 밤 잔디광장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내가 치우지 않으면 다른 누가 대신 치울 것이란 생각은 틀렸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치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을 들여서 더 힘들게 내가 치우는 것이다.

치맥페스티벌에 차를 몰고 갈 수는 없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 축제장을 찾은 행락객들에게 교통 편의와 연계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대중교통 운행을 연장한다는 안내 방송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마감시간까지 축제장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학습 효과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차장 문제도 해결된다. 실제로 4일간 운영된 축제 기간 내내 대중교통을 권유한다는 안내만 되풀이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축제 참가자들에게 대중교통 이용 마일리지를 부여해서 맥주 무료 시음 혜택을 주면 어떨까. 대중 교통 이용 사실은 셀카 사진과 촬영 날짜 등을 제시해 확인하는 걸로….  

행락객 많기보다 불편한 뒷얘기 없어야

또 한 가지. 얌전히 버려진 쓰레기는 그나마 다행이다.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지만 늦은 시간까지 축제의 여흥을 붙들고 놓지 않는 일부 주당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만 즐거우면 축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상하게 하면 더욱 아니다.

아무튼 축제는 열렸고 우리는 즐겼다. 축제의 성공은 100만 단위의 국내외 행락객 숫자가 아니라 불편한 뒷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닐까?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대구시·주최측의 세심한 준비는 불편 zero 축제를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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