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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범벅이 된 ‘왕의 체험’ 20년 전 작은 인연의 조화

시민기자 발품

  • 입력 2020.09.25 00:00
  • 수정 2020.11.13 16:51
  • 기자명 이상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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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국제차문화대전(티월드페스티벌)이 지난 7월 16~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농림축산수산부가 후원하고 T월드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주관한 행사는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 완화 기간의 방역 지침을 강화 적용하여 참가자 전원이 행사장 내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했고 참가 단체의 부스와 부스 사이 거리를 충분히 확보했으며 사전 공지를 통해 개인용 찻잔의 휴대 반입을 허용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차 전시회인 국제차문화대전은 국내외 다원, 차명인, 차인, 도예가들이 참여해 전 세계 차와 다기, 다구 등 차 산업과 차 문화의 현황과 흐름을 한자리에서 즐기고 살펴 볼 수 있다. 다양한 차 시음, 다도 시연, 다기 다구 전시, 천연 염색전이 열렸다.

개막일 첫 본행사로 ‘신라 불교 새벽을 열다’라는 이름의 헌다례. 신라 불교를 공인한 법흥 왕과 이차돈 성사에게 차를 올리는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다. 여기에는 필자가 법흥왕 시연자로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왕관과 왕복을 차려 입고 왕의 신발 ‘석’을 신은 채백관 시녀들이 따르는 가운데 ‘왕의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차를 올렸다. 무거운 왕관을 쓰고 행동에 제약이 많은 왕복을 입은 채 꼿꼿한 자세로 두 시간 가까이 서 있으려니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행사를 마치니 말 그대로 온몸이 비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1주일 전부터 예행연습을 했다. ‘왕 노릇’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행사장에서 땀범벅이 되고 대구~서울 간 전세버스로 8시간을 오가는 고달픔은 있었지만, 주최 측이 촬영해준 동영상을 아이들과 손주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필자가 어떻게 법흥왕 시연자로 선발됐는지 궁금하여 주변 차인들에게 물었더니 올해 초 경주 흥륜사에서 국제차문화대전 준비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흥륜사 문도 대표인 최명순 원정차문화원장이 필자를 법흥왕 시연자로 적극 추천해서 성사되었다고 알려주었다. 

흥륜사와의 인연이라고 해봐야 20년 전 경주시 중부동장으로 재직하면서 초파일을 맞아 관내에 있는 흥륜사에 가서 축사를 하고 주지 스님, 문도 대표 등과 점심 공양을 같이 한 정도이고 이어 ‘신라왕조 992년’의 저자로 신라사 및 불교사를 전공했고 이후 경북도 종무실장을 역임한 것이 전부다. 20 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잊지 않고 뜻깊은 차 행사에 법흥왕 시연자로 세워주어 고마웠다.

일생 왕이 되어보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다. 곰곰 생각할 추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런 영광과 행운이 어쩌다 작은 인연을 허투루 여기지 않은 덕분이었다면 앞으로도 대소 경중 가림 없이 인연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다. 물 흐르듯 흘러버린 세월 속에 함께 한 인연들이 참으로 묘하다. 이상국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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