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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에 버들잎 띄운 왕건 부인의 지혜

한의사 이승렬의 생활동의보감

  • 입력 2020.09.20 00:00
  • 수정 2020.11.13 16:34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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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장(腸)은 우리 몸의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장(腸)이 건강해지면 면역력이 대폭 높아진다. 장이 건강해지 위해서는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할까?

고려의 태조 왕건의 로맨스와 관련된 일화에서 그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대구에는 유독 고려태조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대구는 후삼국시대의 영웅인 왕건과 견훤이 팔공산일대에서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펼친 역사적 대결의 현장이다. 견훤이 신라의 수도 경주를 공격하여 함락하자 신라경애왕의 구원요청을 받아 출동했던 왕건의 군사들이 철군하던 견훤의 군사들을 공격해 ‘공산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왕건은 크게 패퇴하여 부하장수인 신숭겸이 왕건의 갑옷을 대신 입고 싸운 결과 겨우 포위망을 탈출하여 대덕산(앞산)을 지나 비슬산 초입까지 후퇴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다. 대구 팔공산의 지명도 원래는 ‘공산’이었다. 이때 전사한 고위지휘관인 신숭겸, 김락 등 여덟 명 공신을 기리는 의미로 왕건이 ‘팔공산’이라 개명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동구지역의 지묘동, 불로동, 파군재, 반야월, 안심, 해 안, 무태, 연경동 등의 지명뿐만 아니라 심지어 반월당이나 앞산안지랑, 안일사, 임휴사, 입석동, 검사동 등의 지명과 사찰명이 모두 다 이 ‘공산전투’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하니 대구는 그야말로 왕건의 도시다.

그런데 지금의 개성시인 송악 출신의 호족인 왕건의 도시가 남쪽에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전남 나주다. 왕건이 휘하의 수군을 이끌고 남하하여 처음 공략한 한반도 남쪽지역이 바로 영산강지역의 나주인데 여기서 왕건은 첫 번째 왕후인 장화왕후 오 씨를 만나게 된다.  왕건이 더운 날씨에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다 나주에 이르렀는데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던 우물가를 지나게 되었다. 목이 말랐던 왕건이 물을 좀 달라고 하자 여인이 버들잎을 띄워주었는데, 급히 차가운 우물물을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여인이 대답했다. 왕건의 여인의 이런 총명함에 끌려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그 여인이 장화왕후 오씨 이고 그녀와 왕건 사이에 낳은 맏아들이 바로 고려 2대왕인 혜종이다.

이후 나주는 왕건의 가장 든든한 배경 도시가 되었고, 왕건의 손자이며 고려 최고의 성 군인 8대왕 현종도 거란의 침입 시 온갖 고행길을 거쳐 나주로 피난한 끝에 왕권을 추스르고 그 유명한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의 승리로 고려의 최전성기 2백년 태평성대를 열 수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건강비결로 ‘두한족열(頭寒足熱)’을 강조한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반신 욕의 원리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머리는 차게 하고 손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것인데, 몸통에서는 등은 시원하게 배, 특히 아랫배는 따뜻하게 해야 건강한 몸이 된다.

 속을 건강하게 만들고 위와 장의 저항력을 높이려면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 다. 보통 염증(炎症)은 불 화(火)자가 두개 합쳐진 글자 모양에서 보듯 열이 가해지면 악화되기 때문에 염증이 있으면 냉찜질 등으로 식히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복부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이 부위는 차가워지면 염증에 대한 방어력이 약화된다. 위와 장뿐만 아니라 복부에 감추어진 자궁이나 여성생식기도 마찬가지인데 여성대하증을 예전부터 ‘냉(冷)’ 이라 부르는 것은 차가워지면 염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평소 덥다고 찬물을 급하게 들이키거나 얼음이 든 아이스커피 같은 것을 홀랑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찬물을 바로 삼키기보다 입안에 머금어 물맛을 천천히 음미하고 따뜻하게 데운 후에 삼키는 생활습관이 위와 장의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승렬 편한세상한의원 대구 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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