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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금산 보리암·독일마을… 추억은 쌓이고 내일은 설렌다

삶은 여행 대시대 3기 남해 야유회

  • 입력 2020.08.18 00:00
  • 수정 2020.11.13 15:45
  • 기자명 박세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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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시대 3기 남해 야유회

1박2일. 흔해빠진 일상어가 된 고유명사이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학창시절을 빼 놓고 성인이 된 후 직장인이 되거나 이런저런 일에 쫓기면서 가정까지 잊고 그것도 여러 사람이 일정을 맞춰 1박2일을 떠난다는 게 녹록지는 않다. 더구나 6개월째로 접어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격리’ 기간에 장거리 여행은 더욱 자유롭지 않다.

‘없으면 길을 내고, 안되면 다시 하는’ 대구한국일보시민기자대학(대시대) 3기가 뜻을 모았다. 남해 보리암 일대로 1박2일 야유회를 떠나기로 한 것. 계획대로라면 지난 2월 새 회장단이 출범하고 이에 맞춰 야유회도 갔을 테지만,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부분과 함께 사회적 활동의 형태도 바꾸어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장되고 공식적인 모임이나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 었지만, 코로나19가 얼마간 소강상태를 보이고 사회적 통제가 약간 완화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갇혀있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어렵게 일정을 잡았다. 7월4일 토요일 오전 9시 후발 2명을 제외한 18명은 방역을 마친 28인승 리무진버 스에 올랐다. 떡, 김밥, 간식꾸러미를 비롯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선물들은 행사 때마다 감동을 준다. 참석은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은 동기들의 사랑 을 느낀다.

남해 보리암을 향하는 버스에서 편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마쳤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자기소개와 각자 근황을 나누는 동안 버스는 첫 번째 경유지인 멸치쌈밥 전문식당 에 도착했다. 예약한 점심메뉴는 남해 특산물인 죽방멸치(죽방렴 멸치) 쌈밥과 멸치 회. 40년 전통의 이 식당 메인 메뉴는 죽방멸치를 쓴다. 죽방멸치는 조류가 빠른 바 다 물목에 대나무 등의 기둥을 박고 발(=렴)을 쳐놓은 V자 그물을 따라 따라 멸치들 이 스스로 들어오게 해서 잡아 올린다. 멸치 몸에 상처나 스트레스가 가장 적어 멸치 를 잡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대나무 기둥을 사용했지만 요즘은 철로 용 쇳기둥을 쓰기도 한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자 명승이었던 죽방렴 멸치잡이는 지난해 4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멸치쌈밥과 식감이 살아있는 멸치무침회는 처음 맛보는 특별한 식사였다. 식당 벽은 방문객들이 남긴 생생한 후기로 빼곡하다. 전통을 이어온 방식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오래 이어질 것 같다.

버스는 해안길을 따라 30분쯤 더 달려 보리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보리암까지는 길 이 가팔라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형버스를 타고 간다. 마음이 설렌다. 우선 금산 에 올라 옛날 봉화대로 사용했던 곳에서 한려해상공원을 바라보며 단체 사진을 촬영 하고 다시 내려가 보리암으로 향했다.

계단이 많고 가팔라 오르내리기 쉽지 않았지만 바위산과 어우러진 보리암과 거기 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은 그동안의 피로를 잊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었다. 금산 보리암은 남해 12경 중 제 1경이다. 그만큼 금산과 보리암에서 바라보 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경은 절경이다. 예상 시간을 훨씬 넘기며 충분히 경치를 감상하고 추억의 사진도 많이 남겼다.

숙소에 일찍 도착해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려던 일정을 바꿔 상주은모래 해변에 들렀다. 그날따라 잔잔한 물결과 이른 휴가를 온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외국 어딘가에 와있는 듯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했다. 이 펜션 은 사전 답사 때 예약한 다른 곳을 보러가는 길에 눈에 띄어 낙점한 곳. 방 4개를 모두 빌려 우리만 사용할 수 있어 외부인과 사회적 격리가 가능했고 바로 앞이 탁트인 바다여서 풍경이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숙소에 대한 칭찬이 이어져 그동안의 고 생을 잊게 해주었다.

휴식시간 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바비큐 파티. 바닷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테이 블에서 함께 안주와 고기와 음식, 회원이 보내준 진도 홍주 2병까지 세팅을 마쳤다. 현수막,  무선 마이크, 블루투스 스피커와 화려한 사이키까지…. 준비한 고기가 숯불 위에서 익어가고 오늘 만큼은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마음은 하나로 모였다. 인사말 과 건배사, 감사의 말씀과 다짐 그리고 자연스레 흥을 돋우는 가무로 이어졌다. 처음엔 쭈뼛쭈뼛했지만 일단 목이 트이고 나면 마이크를 뺏어 와야 할 정도로 흥은 최고 조.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대시대 3기의 일원으로서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며 우 리들의 밤은 길게 이어졌다.

전날의 여흥에서 잠을 깨우듯 어렴풋한 파도소리로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 일정은 전날 함께 출발하지 못한 두 명의 후발대가 합류해 남해 독일마을 관람과 삼천포 케이블카 탑승.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가까워 질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이었고 그새 정들었던 숙소를 아쉽게 나선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더 여유롭고 정겹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두가 건강히 잘 다녀왔고 다녀온 뒤에도 모두 건강했다. 여행을 통해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대시대 3기로서, 시민언론의 주체로서 각자의 사회적 역할을 좀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오늘 우리가 각자 인생에서 남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은 앞으로 함께 할 시간들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다.

박세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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